
광주요 이천 공장 리노베이션: 낡은 공장에서 지속가능한 명품 찾기
지음플러스 Geeumplus
- 건축 용도
- 공장 Factories
- 위치
- 이천시 Icheon-si
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지음플러스 Geeumplus
오늘날 건축 담론에서 ‘지속가능성’과 ‘명품’은 흔히 별개의 개념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그 심오한 교차점은 ‘유산(Heritage)’이라는 키워드에서 발견된다. 현대의 명품은 고가의 물질적 가치를 넘어선다. 탁월한 디자인과 변치 않는 품질, 견고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를 품어야 비로소 독보적인 작품이 된다. 이러한 명품의 본질은 가치를 보존하고 미래로 발전시키는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이는 과거의 소중한 가치를 현재와 미래로 연결하는 유산의 개념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진정한 시간의 흔적이란 특정 시대의 철학이 오늘날의 감각과 조우하여 연속성을 확보할 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광주요 이천 공장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산 시설을 유산적 가치를 지닌 지속가능한 명품 공간으로 변모시킨 건축적 여정이다.



한국 문화의 심장, 광주요의 유산적 가치
전 세계가 한국 문화의 저력에 주목하는 지금, 그 정신적 지주인 광주요의 전통 계승은 더욱 강력한 의미를 지닌다. 광주요는 1963년 사라져가던 전통 도자 문화를 부활시키고자 창립되었다. 조선 왕실에 도자기를 진상하던 유구한 광주관요의 맥을 잇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광주요의 역사는 단순히 도자기를 빚는 행위를 넘어선다.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한국의 역사와 가치를 담은 예술을 창조해 왔다. 이러한 행보는 독특한 식문화를 선도하는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광주요의 발자취 자체가 한국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위대한 유산이라 할 만하다.



경기 이천시 신둔면에 자리한 광주요 이천 생산본부는 28년의 세월이 흐른 노후 건물이었다. 당초 공장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 건립된 탓에 건물 자체에서 특별한 미학적 가치를 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 공간은 단순한 생산 시설 그 이상이었다. 공간 안에는 유서 깊은 ‘수광리 오름가마’라는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인근에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 故 이타미 준이 설계한 게스트하우스가 인접해 고유한 역사적 맥락이 깊이 드리워진 곳이었다.
본 프로젝트의 목표는 명확했다. 노후함을 걷어내고 건물에 잠재된 유산적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었다. 이를 광주요가 추구하는 생활 속 명품과 시간의 가치로 승화시켜 품격 있는 공방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정의하고자 했다. 건축가에게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었다. 수광리 오름가마와 이타미 준의 흔적 위에서 광주요의 역사와 예술적 영혼이 응축된 장소의 가치를 명품이자 유산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건축적 사명이자 과제였다.




리노베이션은 1층 약 600㎡ 공간과 건물 외벽, 주변 외부 환경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광주요는 한국 문화의 중심이자 세계의 중심’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이곳을 평범한 생산 시설이 아닌 장인의 공방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도자기 하나에 장인의 혼과 시간이 깃들듯 건축 공간 또한 명품의 가치를 증명하는 유산의 무대가 되도록 세밀하게 계획했다. 이는 지속가능하고 영원히 빛나는 명품 건축의 정의와 정확히 일치한다.


외부: 시간의 연속성을 담아낸 건축 미학
이번 리노베이션은 경제적 효율성과 건축적 가치 극대화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 노후한 기능을 혁신하면서도 한정된 예산 안에서 기존 건물이 가진 시간의 연속성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려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건물 외벽에 구현된 ‘입구의 정체성(Entrance Identity)’은 프로젝트의 핵심 디자인 언어를 담고 있다.


건축가는 광주요를 상징하는 오름가마의 지붕 색깔과 형태에서 영감을 얻었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주출입구에는 2단의 진회색 캐노피를 계획하여 공간에 깊이감과 위계를 부여했다. 캐노피 하부는 빛의 변화에 따라 다채로운 표정을 연출하며 진입 단계부터 풍부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입구 벽면은 내후성 강판 수직 패널로 마감했다. 시간이 흐르며 재료의 질감이 변하고 미묘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들도록 디자인했다.
전체 외벽은 내후성 강판과 청자색 타공 패널을 조화롭게 활용했다. 간결하면서도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독창적인 건축미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특히 기존 굴뚝을 가리기 위해 도입한 청자색 타공 패널은 이제 생산본부의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다. 내후성 강판은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동화된다. 이는 흙으로 빚은 도자기가 가마 속에서 숙성되며 깊이를 더하듯 건축물 또한 시간 속에서 깊이 있는 미학을 획득함을 보여준다. 청자와 백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타공 패널은 기품 있는 색감으로 빛의 품질을 제어한다. 야간에는 깊이감 있는 푸른 조명으로 특별한 경관을 선사하며 낮과 밤의 연속성을 완성한다.



내부: 유산의 가치, 지속가능한 명품 공방의 감성
실내 공간은 1층을 중심으로 효율적이면서도 미학적인 동선을 제안한다. 핵심 콘셉트는 시간의 흔적이 깃든 명품 공방이다. 내부 역시 간결한 디자인 언어 속에 세월의 흐름을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방문객과 만나는 공용 공간은 특별한 감성적 경험을 선사한다. 고풍스러운 고가구와 더불어 광주요 도자기 및 오름가마와 어울리는 ‘한국 전통 고목’을 사용했다. 따뜻하고 아늑한 대목의 질감에서 깊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건축가는 이러한 재료를 통해 광주요의 정체성과 공간의 연속성을 유려하게 구현했다. 백자의 단아함을 연출한 벽면은 광주요의 정신을 부드럽게 드러내며 공간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유산처럼 느껴지게 한다. 방문객은 정교하게 설계된 이 공간에서 광주요의 가치를 오감으로 체험한다.



생산실은 성형실, 조각실, 시유실로 명확히 나뉜다. 각 영역의 기능에 맞춰 색상을 통해 공간을 구분했다. 조각실은 자연의 색인 쑥색을 적용해 장인의 손길이 담길 수 있는 차분한 환경을 조성했다. 성형실과 시유실은 도자기 본연의 밝은 회색 톤을 활용해 정갈한 공방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든 작업 공간은 천장을 개방해 층고를 높였다. 이는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방문객에게 시원한 개방감을 제공하려는 세심한 배려다.



공간, 시간을 엮어 지속가능한 유산을 빚다
새롭게 변신한 광주요 이천 생산본부는 기능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다. 이곳은 세월이 흐르며 깊어지는 흔적을 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연속성을 품고 있다. 모든 디자인 결정과 재료 선택에 담긴 건축가의 고민은 이 공간이 한국 도자기의 정신을 계승하는 ‘유형 유산’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것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명품의 가치다. 광주요가 빚어낼 미래의 명품처럼 이 건축 공간 또한 변함없는 가치를 이어가며 한국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