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를 넘어선 사유의 궤적, 장영철의 ‘This is not a chair’를 가다

에디터. 김태진 자료. 뮤지엄멋 Museum Mut
장영철 건축가(와이즈건축)의 전시 ‘This is not a chair’가 지난 1월 16일부터 ‘뮤지엄 멋’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운영해온 ‘가라지 가게’에서 제작한 의자와 가구를 선보이는 자리이자, 그 제작 시스템과 사고를 건축적 스케일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를 담은 작업이다.



전시는 신당동 뮤지엄 멋의 두 개 공간에서 진행된다. 관람은 내부 소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부터 시작한다. 문이 열리면 푸르게 염색된 한지 구조물이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한지는 외장재처럼 구조물을 감싼다. 그 안에서는 작가가 포착한 서울 곳곳의 영상이 병풍처럼 펼쳐지며 ‘빼빼 병산서원’을 이룬다. 이 작업은 병산서원에서 느낀 공간적 유희가 차경 때문인지 공간의 고저 차 때문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관람객은 거인의 시점에 놓인다. 병산서원이라는 가상의 공간 이동 장치에 올라탄 듯 도심의 풍경을 유영한다. 물리적으로는 한 자리에 서 있지만 감각은 다른 장소로 옮겨간다. 익숙한 서울의 장면이 낯선 스케일로 다시 읽힌다.




의자가 결정하는 태도와 풍경
계단을 내려와 2층에 들어서면 서로 다른 형태의 의자들이 놓여 있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의도된 배치다. 관람객의 몸과 시선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장치다. 장영철 소장은 의자를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공간 안에서의 태도를 결정하는 구조로 바라본다.
좌판의 높이와 각도 등받이의 곡률에 따라 몸은 긴장하거나 이완된다. 의자에 몸을 맡기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고정된다. 그 끝에 신당동의 풍경이 놓인다. 질서와 무질서가 겹쳐진 도시의 단면이다. 의자가 정해준 방향을 따를 때 사색이 시작된다.



한지의 집에서 만나는 낮에 꾸는 꿈
별관 M2에는 ‘집 속의 집’이 놓여 있다. 인공 조명은 없다. 갤러리 천장을 통해 들어온 자연광이 한지 패널을 통과해 공간을 채운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빛이다. 이 빛은 시선을 외부에서 내면으로 돌린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 화로 앞에 놓인 ‘chair11’*에 앉으면 약 1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장영철 작가는 시점을 고정하면 자신에 대한 질문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목적을 가진 생각을 잠시 멈추는 시간이다. 오로지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멍때림이다. 이는 현실이라는 낮에 꾸는 꿈이며 주체적인 자아를 회복하는 건축적 장치다.
*가라지 가게의 대표 의자.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판과 자작나무 프레임을 결합해 최소한의 구성으로 하중을 분산시키는 건축적 구조를 드러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리
‘This is not a chair’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간단했다. 나는 어딘가에 고정됐을 때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나의 몸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신당동의 풍경과 의자에 고정된 시점이 겹치는 이 공간에서 앉는 행위는 곧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메시지가 조용히 남는다.

장영철 건축가는 1997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U.C. Berkeley에서 수학했다. 이후 이로재, Steven Holl Architects Rafael Viñoly Architects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전숙희 소장과 함께 와이즈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대한민국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어둠 속의 대화’로 2015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과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를 받았다. 2016년 가라지 가게를 시작했다. 2019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건축을 놀이로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전시명.
This is not a chair
기간.
2026년 1월 16일 (금) ~ 2월 28일 (토)
참여 작가.
장영철
주최.
가라지가게 × 뮤지엄멋
주관.
뮤지엄멋
가구.
가라지가게
포스터 디자인.
Anastasia Temirkhan @th.aristo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