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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 함께 사는 도시

쓰레기와 함께 사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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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정민 에디터. 김태진

 

[누구와 함께 이 도시에 살 것인가] 우리는 보통 도시를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화된 발명품이라 생각하며 자연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치 도시계획가와 설계자들이 머릿속에 그린 청사진대로 질서정연하게 세워진 문명의 산물처럼 말이죠. 그러나 도시는 단순한 건물과 도로의 집합이 아닙니다. 도시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안에서 수많은 존재가 서로 얽히고 섞이면서 공존합니다. 도시 공간에는 인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수많은 존재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도시’는 누구의 것일까요?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도시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the city)’를 바탕으로 도시라는 공간을 새롭게 들여다봅니다. 비인간 동물부터 새들, 쓰레기까지, 도시에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 주변의 수많은 공존 방식을 탐색합니다.

이 시리즈는 하나의 질문이자 선언입니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이 도시에 살 것인가.

글 싣는 순서.
① 비인간 동물과 함께 사는 도시 – 집 밖의 동물들
② 새들과 함께 사는 도시 – 탐조와 스티커
③ 쓰레기와 함께 사는 도시 – 깨끗함과 더러움의 등가교환
④ 다양한 몸이 춤추는 도시 – 도래하지 않은 몸
⑤ 무지개가 지지 않는 도시 – 일상과 축제, 거리와 광장
⑥ 집이 필요한 모두를 위한 도시 – 너무 많은 집


 

더운 여름날이면 우리 집 주방은 문을 닫는다. 문을 닫는 이유로 첫 번째는 불을 쓰는 게 더 많이 집을 데우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도무지 음식물 쓰레기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배달의 민족이지 않은가. 그래서 여름날이면 앱을 통해 음식 배달을 시키는 일이 다른 계절에 비해 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음식 배달을 시키더라도 쓰레기는 계속해서 발생한다. 남은 음식을 버리고 그릇을 씻고, 또 분리수거해서 버려야 한다는 사실은 나를 너무나도 괴롭힌다.

왜 쓰레기는 필수 불가결이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인가. 요리하면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사실, 카드를 긁으면 갚아야 한다는 사실, 물건을 사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사실은 어른이 되었음에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달까.

 

쓰레기 수거가 되기 전 쓰레기 수거장 ©Jungmin Kim

 

그렇지만 한국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너무나도 마법과 같다. 전날 저녁에 쓰레기를 집 앞에 두면, 다음날 출근할 때는 찾아볼 수 없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전날 버린 쓰레기는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8년 전 프랑스 파리로 교환학생을 할 때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의 존재를 처음 인식했다. 새벽에 일어났기 때문에 마주친 것은 아니다. 대낮에 여유롭게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이었다. ‘아, 누군가가 내가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는구나’.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눈과 몸으로 알게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감각을 일으킨다. 나는 왜 당연히 도시에는 쓰레기가 없다고 생각했을까. 어떤 존재가 우리를 쓰레기 없는 도시에 살 수 있게 하는 것일까.

 

수도권 매립지 매립 모습 ©대한민국 국가지도집

 

쓰레기는 크게 생활폐기물,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품 및 대형폐기물로 구분한다. 수도권 지역에서 생활폐기물은 수도권 매립지에서 직매립하거나 소각장에서 태워지게 된다. 그러나 환경부는 수도권 매립지에서의 직매립을 2026년부터 금지하였다. 이에 서울시는 기존에 소각장이 있던 마포구에 신규 소각장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마포구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법적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신규 소각장의 설치는 무조건 필요한 것일까? 소각할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닐까? 이와 같은 생각으로 마포구는 사업장폐기물 배출자 신고 처리 강화, 커피 찌꺼기 및 폐 봉제 원단 재활용, 의류 등 재활용 확대, 소각제로 가게 확대 운영을 추진한다. 이러한 마포구의 추진 내용을 보고 있으면 한 단어가 자꾸 눈에 밟힌다.

‘재활용’, 이 재활용이라는 것은 만능의 단어처럼 보인다.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도 지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재활용 쓰레기 역시 저녁에 버리면 다음 날 사라지는 마법 같은 일이 생겨나는데, 도대체 재활용 쓰레기의 여정은 어떻게 되는 걸까.

 

재활용 선별 모습 ©여성환경연대

 

재활용 쓰레기는 밤새 수거돼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으로 이동한다. 선별장으로 이동한 쓰레기는 누군가에 의해 분류되어 재활용될 것은 재활용으로, 소각할 것은 소각할 곳으로 보내진다. 이미 사람들이 재활용 구분을 한 쓰레기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라면 국물이 묻은 플라스틱 용기, 비닐과 종이가 뒤섞인 택배상자,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이 결합한 커피 캡슐. 게다가 이런 쓰레기들은 선별장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서로 엉겨 썩고 있을 것이다.

선별장의 컨베이어벨트 앞에는 하루 종일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러한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5.2세고 여성이 94.8%를 차지한다(여성환경연대, 2025). 재활용 선별원은 중년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선별장의 작업환경과 안전·편의시설은 성별 분리 샤워실이 마련되지 않거나 하는 등 여성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들은 악취와 먼지, 때로는 깨진 유리나 날카로운 금속에 다칠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을 한다. 우리의 집과 거리의 깨끗함은 이곳에서 생겨난다. 바로 더러운 악취와 그곳을 오가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말이다.

결국 도시의 깨끗함은 누군가의 더러움으로 만들어진다. 쓰레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날 뿐이며, 그 쓰레기의 여정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새겨져 있다. 매일 아침 거리는 말끔하고, 쓰레기통은 비어 있으며, 우리가 전날 밤 내놓은 쓰레기봉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동자, 악취 속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노동자들의 손이 있다.

이러한 노동은 도시에서 철저히 비가시화되어 있다. 도시는 이들의 노동을 보이지 않는 곳을 밀어내고, 우리는 쓰레기가 ‘알아서’ 거리에서 사라진다는 환상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재활용이라는 만능의 단어로 우리의 소비를 정당화하고, 노동은 사라지게 된다.

도시가 진정으로 지속 가능해지려면,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노동을 직시하고, 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가 봐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쓰레기는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쓰레기와 어떻게 우리가 살 것인지, 살고 있는지를 바라봐야 한다.

 

카르토네로스의 수거하는 모습 ©The Guardian

 

쓰레기는 단순히 처리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능동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되기도 한다(박경은, 2025).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용기는 어떤 이에게는 무가치한 폐기물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생계의 수단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능동적인 힘을 가진 쓰레기가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카르토네로스Cartoneros들은 쓰레기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을 넘어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체계적인 재활용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들에게 쓰레기는 더 이상 버려진 물건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가는 자원이 되었다. 단순히 수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린 센터’라는 처리 시설을 직접 운영하며, 재활용 과정에서 나오는 수익은 지역사회에 재투자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노동은 숨겨지지 않는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이루어지는 분류 작업도 기계적 반복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자신들의 노동권을 고려하며 자율적으로 조직한다. 아르헨티나의 카르토네로스 협동조합은 쓰레기와 관련된 노동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내는 대신, 도시 운영의 필수 요소로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와 권한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쓰레기를 ‘없애야 할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도시가 진정으로 지속가능하려면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노동을 직시하고, 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가봐야 하지 않을까?

 

참고 문헌.
박경은(2025). 쓰레기, 그리고 쓰레기가 된 인간이 빚어내는 플루리버스: 아르헨티나 카르토네로스 사례를 중심으로. 비교문화연구, p 74, 75~110.
여성환경연대(2025). 재활용 선별원 노동안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사단법인 여성환경연대.
연합뉴스(2024.06.26). “마포구 쓰레기 감량 ‘올인’…“올해 1만862t 줄인다.”

 

김정민 Jungmin Kim

김정민은 건축을 기반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자 연구자다. 공간에서 살아가는 주체들, 특히 자신만의 공간이 없는 존재들 – 소수자, 식물, 동물, 건축과 자연 등 – 에 관심을 두고 글과 전시, 책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왔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SoA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도시연구단체 ‘서울퀴어콜렉티브’를 창립해 국립현대미술관 프로젝트와 ‘타자 종로3가 종로3가 타자’ 등을 통해 지역성과 정체성에 대한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청년 주거와 공간에 대한 비평적 시선으로 에세이집 ‘즐거운 남의 집’을 출간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속 소수자의 공간 창출을 주제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WHAT I MEAN을 개소해 디자인과 연구를 하며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