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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사람들로 완성되는 도시

머무는 사람들로 완성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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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석정화 자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운영위원회

 

“우리가 늘려야 할 것은 순응성이 아니라 창의성이다.” – 토마스 헤더윅, ‘더 인간적인 건축’ p.105

 

글을 시작하며: 보다 사람다운 도시 건축

서울 종로구 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주제로 도시의 진짜 주체가 누구인지 되묻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번 전시의 총괄 감독이자 영국 디자이너인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본질적인 질문이 있다. 그는 건축을 삶의 배경으로 보며, 사람들의 움직임과 감정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살아나는 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건축이 지시가 아닌 ‘제안’이어야 한다는 그의 관점은 사용자의 행동이 공간을 완성한다는 건축 철학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필자는 고정된 구조물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공간을 쓰는 가에 더 주목하며, 건축을 단순한 설계물이 아닌 ‘살아있는 움직임’으로 바라보았다.

 

90m 길이, 60m 높이의 ‘휴머나이즈 월’ ©BRIQUE Magazine
설치물은 아이디어들을 공중에서 뒤틀리며 캐노피형 모임 공간을 만든 후, 작품으로 가득 찬 벽을 형성하고 있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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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나이즈 월: 질문 위를 걷는 관람객들

서울 도심 한복판, 유리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녹지광장은 이질적일 만큼 부드럽고 유연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넓게 펼쳐진 녹지 위, 곡선형으로 펼쳐진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이 시선을 이끈다. 바로 이번 비엔날레의 중심 전시인 ‘휴머나이즈 월Humanize Wall’이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수많은 이미지와 문장들, 그리고 질문들이 펼쳐져 있다.

‘서울은 누구의 도시인가?’, ‘우리는 어떤 공간에 살고 싶은가?’ 같은 질문들은 어떤 명확한 대답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관람객이 각자 질문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이 도시의 ‘사용자’로서 내리는 하나의 대답이 아닐까. 어떤 이는 문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또 어떤 이는 사진을 찍으며 문맥을 이어 붙인다. 이곳에서 질문은 하나의 텍스트이자, 건축 구조이자, 참여형 장치다.

 

앉고 머무는 행위를 유도하는 ‘팽이 의자’ ©BRIQUE Magazine
전시 구조물 앞에서 큐레이션 해설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BRIQUE Magazine
전시 구조물 앞에서 기록을 남기는 시민 ©BRIQUE Magazine

 

행동이 만든 장면들: 즐기는 전시

건축은 명확한 기능만을 말하지 않는다. “이곳에 앉으세요”라고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팽이 의자에 앉고, 기대고, 혹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잔디밭에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외국인은 영어로 큐레이션을 듣는다. 구조물 앞에서는 노년의 커플이 조용히 구조물을 응시하고, 어떤 이들은 아예 신발을 벗고 잔디에 누워 전시를 감상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행위들은 ‘설계된 공간’이 아니라, ‘사용된 공간’이 주는 매력 그 자체다.

디자이너나 건축가의 의도가 있더라도, 사람들의 사용 방식은 언제나 그것을 넘어서기 마련이다. 전시 관계자의 말처럼, 어떤 관람객은 구조물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일부는 예상하지 못한 위치에서 머무르기도 한다. 그 예측 불가능한 사용의 흔적들이 바로, 이번 비엔날레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토마스 헤어윅 ‘더 인간적인 건축’의 문장을 발췌한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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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벽: 당신은 어떤 벽에 둘러싸여 살아왔는가?

‘일상의 벽’은 건축의 외피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 속 관계를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접촉면이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다양한 재료와 질감의 벽 앞에서 학생들은 재료에 대해 이야기하며 호기심을 나누고, 어떤 이들은 거리를 두고 표면을 유심히 관찰하거나 사진으로 기록했다.

낯설고 이질적인 외피가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며, ‘벽’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벽 앞에서 일어나는 접촉과 대화, 그 자체가 도시를 구성하는 새로운 방식처럼 느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설계한 구조물 ‘수연재’를 체험 중인 관람객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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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앞에서 질문을 마주한 시민들 ©BRIQUE Magazine

 

되짚으며: 머무는 이들의 도시

비엔날레는 단순한 건축 전시가 아니다. 오히려 이곳은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살아내는 지를 관찰할 수 있는 무대였다. ‘전시를 본다’라는 행위보다 ‘공간에 머무른다’라는 경험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은 구조물이 아니라, 그 구조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 분명하게 읽혔다. 도시는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수많은 움직임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체다.

필자는 이번 현장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인 앉고, 걷고, 바라보고, 웃고, 멈추는 그 모든 순간에서 도시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장면들을 기록했고, 동시에 그 공간에 머무는 한 사람으로서 그 감각을 온전히 경험했다. 결국 건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사람은 그 공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된다. 이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그 연결의 방식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키링 만들기, 색칠 놀이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체험 부스 ©BRIQUE Magazine
잔디에 앉아 공간을 관찰하며 머무는 시민들. 저 멀리 ‘일상의 벽’이 보인다. ©BRIQUE Magazine
벤치에 머무는 시민들, ‘머무는 도시’를 보여주는 장면 ©BRIQUE Magazine
녹지와 함께하는 머무름의 풍경, ‘머무는 도시’를 실현하는 송현녹지광장 ©BRIQUE Magazine


전시명.
‘2025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장소.
열린송현녹지광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일자.
2025년 9월 26일 (금) ~ 11월 18일 (화)

시간.
10:00~20:00 (매주 월요일 휴관)

SNS.
@seoulbien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