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다운 집 찾기’를 읽는 세 가지 방법
글. 김태진 자료. 파이퍼 프레스 piper press
신간 ‘나다운 집 찾기’
‘나를 위한 집, 내게 맞는 집은 어떤 것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주거 환경에 관한 물음을 던지는 교양 도서 ‘나다운 집 찾기’가 출간했다.
책의 저자인 전명희는 위치 기반이 아닌 공간 기반의 부동산 검색 서비스 ‘별집부동산(이하 별집)’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이다. 별집은 건축가가 설계한 배려심 깊은 공간이나 복층 주택, 빈티지 아파트 등 기존의 네모 반듯한 공간과는 다른, 남다른 매력을 가진 공간을 찾아 소개한다. 별집의 큐레이션은 투자만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소유를 위해 ‘영끌’하는 동시대 주거 문화 속에서, 나에게 맞는, 나다운 공간을 찾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 책은 저자가 별집을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담과 중개사로서 전하고 싶은 조언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였다.
책의 구성은 세 파트로 나뉜다.
‘Part 1. 별집이 찾은 특별한 집’에서는 저자가 주택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담을 여섯 개 유형으로 나눠 전한다.
‘Part 2. 좋은 집이란?’에서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 감수성’과 독자가 좋은 집에 대해 정의 내리기 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을 법한 질문에 자문자답한다.
‘Part 3. 나의 집 이야기’에서는 저자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선택한 과정을 돌아보며 집과 공간에 대한 단상을 전한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저자가 지금껏 고민하며 정리한 ‘나다운 집 찾기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이 책은 세 가지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표층적 관점과 심층적 관점, 그리고 한 인물의 성장 스토리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먼저 표층적 관점은 나다운 집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자신의 공간 감수성을 키우고자 하는 교양서로 이 책을 바라보는 관점이고, 심층적 관점은 국내 주거 문화의 현주소와 그로 인해 파생된 부작용이 각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서술한 일종의 연구집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마지막 관점은 한 건축 전공자의 성장 스토리로서 바라보는 것이다.

나다운 집을 찾는 일, 나를 찾는 일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별집의 관점으로 발견한 공간을 중개하며 겪은 사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례는 일반적으로 규격화된 ‘좋은 집’의 기준이 오히려 나에게는 맞지 않는 조건일 수 있다는 점을 살며시 짚어낸다.
흔히 좋은 집이라고 여기는 조건은 남향과 역세권, 큰 면적일 것이다. 그러나 사례 속 집은 이와 정반대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독자는 사례를 살펴보며 타인의 기준으로 세워진 좋은 집과 다른 구조의 집을 비교하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집을 상상해볼 수 있다.
예컨대 ‘연남동 고깔집’ 사례는 ‘남향 = 좋은집’이라는 생각은 편견일 수 있다고 말한다(31p). 고깔집 중개 당시 대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방문했는데, 당시 어머니는 북동향과 북서향으로 창이 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현관 문턱조차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시간 뒤 연락이 와서 딸이 고깔집 집을 마음에 들어 한다며 다시 보여달라 요청했고, 이내 계약까지 마무리했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연남동 고깔집은 북서향에 발코니가 있어 원룸이지만 작은 여유를 느낄 수 있고, 화장실도 넓은 편에 환기창이 테라스 쪽으로 나 있어 마음껏 열어둘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있는 집”이었다며, 편견을 접어두고 주택을 관찰했다면 채광만큼 매력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한다.
또한 정남향 창에 반해 청룡산 자락의 집을 계약한 프로그램 개발자의 사례도 흥미롭다(34p). 계약자는 남향에 반해 집을 계약했다고 한다. 그러나 계약자는 후에 모니터의 눈부심 때문에 하루 종일 암막 커튼을 친 채 지내고 있다며, 남향임에도 라이프스타일이 달라 집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중개인으로서 개인적인 아쉬움을 전한다.
책에 담긴 사례는 방향뿐만 아니라 역세권, 평수에 얽힌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며, ‘좋은 집’의 조건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고의 땔감을 제공한다.

어떤 집에서 살아갈 것인가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서비스 탄생 배경이 지나치게 투자 개념으로 쏠린 부동산 시장의 반작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저자는 공인중개사가 되고 나니 ‘부동산 = 투자’가 되어버린 시대를 절실하게 피부로 느낀다고 설명한다. 주변에 공인중개사가 되었다고 알렸을 때, 부동산 투자 조언을 구하거나 아파트 청약에 대해 심심치 않게 물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한국의 주택 종류별 구성비 중 아파트가 62%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며, 아파트가 효율적이지만 이런 곳에서만 살다 보면 다양한 주거 공간이 부족해져 공간 감수성을 기를 수 없다고 말한다(112p).
저자가 말하는 공간 감수성이란 이 공간이 왜 좋은지 혹은 왜 싫은지, 나에게 맞는 공간은 어떤 공간인지 알아채는 능력이다. 저자는 공간 감수성을 향상시킨다면 무심코 지나쳤던 물리적 공간들을 심리적으로 해석하게 되며 이를 반복하면 자신만의 기준으로 공간을 선택하고 꾸려갈 수 있다고 말한다(111p).
올해 초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허가를 받은 신규 주택 10가구 중 9가구가 아파트(건축법상 5층 이상 공동주택)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거의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공간은 선택지에서 사라질 위험이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좁아진 선택지 사이에서 아파트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고, 이는 사람들의 공간 감수성을 떨어뜨려 틀에 맞춰진 공간에 스스로를 끼워서 맞추도록 강요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아파트 이외의 주거에 대해 생각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한 건축 전공자의 고민으로부터
저자는 학부 시절 건축을 전공했다. 그러나 진로를 건축가가 아닌 공인중개사로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건축과 저 자신, 그리고 사회에 대해 고민한 결과”라고 말한다(12p).
창업 배경에는 ‘건축이 좋아 건축과에 갔는데 그렇다고 모두가 건축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닌’ 현실도 한몫했다. 그는 설계에 재능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지만,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건축가에 대해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건축가는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건축에 대해 늘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사고의 전환을 완성했고, 결국 잘 만들어진 공간을 잘 사용해 줄 누군가에게 연결하는 일까지 건축의 일로 포함시키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중개와 관련된 경험도 진로 전환의 한 축이 되었다. 대학원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 저자는 독자적인 관점으로 부동산을 발굴해 중개하는 ‘도쿄 R부동산’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서비스가 평소 건축과 부동산이 별개의 분야라고 생각했던 저자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이러한 울림은 저자로 하여금 공인중개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등 떠밀어주는 경험이 되었다. 그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실무 경험을 쌓으며 별집을 창업하게 된다.

어찌 보면 이 책은 한 건축 전공자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다. 자신의 한계 앞에서도 건축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한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길을 자세히 살펴보면 건축가를 ‘짓는 사람’으로 인지했던 한 전공자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인식을 확장했으며, 확장된 인식을 전공자로서 쓸모의 위기 앞에 찾아온 불안과 엮어 비즈니스Business를 만들어낸 과정이기도 하다.
비즈니스라는 단어의 어원은 ‘Bisignis’로, 불안감anxiety, 염려care, 직업occupation을 포함한다. 비즈니스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면의 해소되지 않는 불안을 현실 세계에서 가장 튼튼해 보이는 시장 논리라는 닻에 연결해 놓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물론 책에서는 저자가 느낀 불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저자 스스로도 책을 엮으며 비즈니스가 탄탄히 쌓여가는 만큼 성장한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책을 낸다는 것은 그래서 매력적인 걸까. 물론 그의 비즈니스는 완성형이 아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도 내면의 불안과 염려를 외부의 시장 논리로 엮어 내 나아가길 바란다. 다소 이르겠지만 저자의 다음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