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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건축의 상징, 현대성을 다시 묻다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 현대성을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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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김태진 자료.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떠났던 파리 여행. 멀어진 만큼 그리움이 깊어진다고 했던가요. 열흘간 마음 편히 파리를 누비다 보니, 되레 기록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떠올라 귀국 후 연재를 기획했습니다.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인 ‘퐁피두 센터’ 앞에서는 현대성의 의미를, 재개장했지만 여전히 수리가 진행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건축의 주체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다들 한번 쯤 들어봤을 ‘빌라 사보아’를 찾아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철학을 되새겨 봤습니다.
사사로운 여행 기록과 고민의 흔적들이지만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작은 물음과 새로운 느낌을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파리 건축 여행

① 리노베이션으로 재탄생할 공공문화공간,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② 건축은 건축가만 하는 게 아니다, ‘노트르담 대성당Notre dame de paris’
③ 르 코르뷔지에를 생각하다, ‘빌라 사보아Villa Savoye’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현대미술관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설계한 ‘후기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작이다. 센터는 내부 설비를 외부로 드러내 공간을 최대화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영화관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공공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넓은 광장과 건물 외벽을 따라 설치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모든 층에 닿을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이 돋보이는 건축물로, ‘하이테크 건축’의 상징이기도 하다.

 

©BRIQUE Magazine

 

퐁피두 센터는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대규모 리노베이션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건축물은 1971년 설계를 시작으로 1977년 개장한 이래, 크고 작은 개보수를 거듭하며 유지됐다. 센터는 파리올림픽이 성료한 지금,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준비하기로 했다. 리노베이션은 수리, 수선을 뜻하는 가벼운 단어도 있지만, 혁신이라는 뜻도 담겨있기에 이 소식을 접했을 때 퐁피두가 보여줄 혁신은 무엇일지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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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 1층에 배치되어 있던 리노베이션 조감도 ©BRIQUE Magazine

 

모더니즘이 현대성이었던 때

퐁피두 센터는 모더니즘의 종착역에서 탄생한 건축이지만, 여전히 모더니즘이 사회의 중심에 있던 시기에 탄생한 건축물이다. 즉, 퐁피두 센터가 완공되던 시기에는 모더니즘이 현대성을 가졌다는 의미이다.

후기 모더니즘을 포함, 모더니즘이란 산업과 자본의 발달로 인해 ‘기준으로서의 종교 사회’가 종결되던 시점에 탄생했는데, 이러한 변화는 사회를 종교 중심에서 과학 기술 중심으로 옮겨 놓았다. 모더니즘은 건축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고, 이러한 영향은 기술이 제공하는 첨단의 이미지와 장식을 배제한 미니멀리즘으로 나타났다. 퐁피두 센터가 하이테크 건축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도 모더니즘의 영향 중 하나인 기술적 이미지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철학적 논의를 떠나더라도, 퐁피두 센터가 1977년 파리의 현대적 흐름을 반영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넓은 개활지처럼 구성된 포럼(0층). 리노베이션 계획에 따르면 지하층과 포럼이 시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개방성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한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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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키즈 갤러리Kids Gallery에서 바라본 내부 전경 ©BRIQUE Magazine

 

퐁피두 센터가 완공된 시기, 파리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도시는 전통적인 고딕 양식과 현대적 요소가 교차하는 경계에 서 있다. 노트르담 성당이나 개선문처럼 과거의 상징적인 건축물들은 여전히 파리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했고, 사람들은 점차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퐁피두 센터가 세워졌을 때, 파리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히 새로운 건축물이 아닌,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을 반영하는 상징적 존재로 받아들인다. 높이 45m에 달하는 철골구조의 건물은 기존의 건축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혁신적이었을 테고, 사람들은 이를 ‘현대적’이라 여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기에, 퐁피두 센터 역시 완공된 지 5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결국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앞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건축물에 덧입혀진 모더니즘 역시 지나간 현대성이 되었다. 모더니즘이 지난 사상 체계일지라도, 이것이 동시대 문화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 부분은 퐁피두 센터에 적용된 ‘모더니즘 건축은 오늘날 현대적 건축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만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실 내부는 작품을 보호할 수 있는 자외선 차단 필름이 붙어 있는 창이 있어 관람 중에도 파리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BRIQUE Magazine
5층 뮤지엄 테라스. 파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BRIQUE Magazine
6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조르쥬Restaurant Georges’ 외관 ©BRIQUE Magazine
6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조르쥬Restaurant Georges’ 내부 ©BRIQUE Magazine

어떤 모습으로 리노베이션 될까

퐁피두 센터는 2023년 리노베이션 공모전을 개최했고, ‘모로 쿠스노키Moreau Kusunoki’ 건축사사무소와 ‘프리다 에스코베도 스튜디오Frida Escobedo Studio’를 선정했다.

센터가 밝힌 리노베이션 방향을 살펴보면, 새로운 현대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센터는 건축 당시 모더니즘 건축에서 흔히 발견되는 ‘경제성’을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성이 현대 사회에 정보 과부하와 단편적인 주의 집중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인식했고, 이에 따라 리노베이션의 방향을 상호작용, 중간 공간을 중심에 둔 현대적 패러다임으로 재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층에서 바라본 퐁피두 센터 내부. 개방성을 강조한 포럼(0층)과 지하층 리노베이션 렌더링 이미지 <이미지 제공 = Centre Pompidou>

 

상호작용과 중간 공간의 구현 방법은 리노베이션을 맡게 된 모로 쿠스노키 건축사사무소의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퐁피두 센터는 1층, 지상층, 지하 공간을 ‘회복(revitalisation)’하는 방향으로 바꿔갈 예정이다. 지상층 안내 공간의 동선은 재설계해 동선의 선택 폭을 넓힐 예정이다. 아고라와 포럼에는 벽을 움직일 수 있는 다목적 박스 공간을 새로 조성해 전시, 공연, 이벤트를 유연하게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센터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어린이를 위한 휴식 및 놀이 공간도 마련한다.

7층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공간으로, 파리의 파노라마 뷰를 제공하는 옥상 테라스로 변모시킬 것이다. 공공정보도서관(BPI)은 2025년 3월부터 폐쇄 후, 리노베이션한다. 특히 시험 기간 중 최대 40분에 달하던 입장 대기 시간을 완전히 없앨 예정이다. 피아자Piazza는 불필요한 모퉁이를 제거하고 계단형 좌석을 설치해 이벤트와 공연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바꿀 예정이다.

 

<이미지 제공 = Centre Pompidou>
공공정보도서관(BPI)은 2025년 3월부터 폐쇄 후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며, 특히 시험 기간 동안 최대 40분에 달했던 입장 대기 시간을 완전히 해소할 계획이다. <이미지 제공 = Centre Pompidou>
<이미지 제공 = Centre Pompidou>

 

이번 리노베이션은 50년 가까이 유지된 건물의 노후화와 환경, 안전, 에너지 표준에 대한 대응은 물론, 지속 가능한 개발과 접근성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건축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퐁피두 센터가 새로운 공간적, 기능적 가능성을 탐구하며 현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변화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피아자Piazza는 불필요한 구조물을 제거하고, 계단형 좌석을 설치하여 이벤트와 공연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미지 제공 = Centre Pompidou>

현대적 공간이란 무엇인가

퐁피두 센터가 보여줄 리노베이션이 동시대의 현대성을 전부 반영한다고 말할 수 없다. ‘현대적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는 특정 건축 양식이 주도권을 쥐기보다, 다양한 시도와 접근 방식이 공존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다원성이야말로 오늘날의 ‘현대적’ 특징을 보여주는 단면일 수 있다.

결국 건축이든 예술이든 기술이든, 어떤 분야의 결과물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흩어진 의견과 의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역할 해야 의미를 갖는다. 퐁피두 센터가 건축사에서도 여전히 손꼽히는 건축물로 자리 잡은 것은 파리가 여행자에게 열린 대도시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축물이 담고 있는 모더니즘의 정신세계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센터 역시 현재의 현대성을 반영하는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이는 ‘현대미술관’이 가진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역사적 건축물이 현대적 요소를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건축은 본질적으로 거대한 비용과 사회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이기에, 한 번 세워진 건축물을 매번 부수고 현대적으로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건축물을 단순히 외형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대적 상황과 사상을 읽어내는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를 해석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현대 건축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퐁피두 센터의 리노베이션이 어떤 새로운 현대성을 제시할지는 매우 기대되는 부분이다. 2030년에 완성될 이 작업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며, 또 하나의 독창적인 건축적 실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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