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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건축가만 하는 게 아니다

건축은 건축가만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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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김태진 자료. Rebâtir Notre-Dame de Paris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떠났던 파리 여행. 멀어진 만큼 그리움이 깊어진다고 했던가요. 열흘간 마음 편히 파리를 누비다 보니, 되레 기록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떠올라 귀국 후 연재를 기획했습니다.
모더니즘 건축의 상징인 ‘퐁피두 센터’ 앞에서는 현대성의 의미를, 재개장했지만 여전히 수리가 진행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건축의 주체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다들 한번 쯤 들어봤을 ‘빌라 사보아’를 찾아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철학을 되새겨 봤습니다.
사사로운 여행 기록과 고민의 흔적들이지만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작은 물음과 새로운 느낌을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파리 건축 여행

① 리노베이션으로 재탄생할 공공문화공간,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② 건축은 건축가만 하는 게 아니다, ‘노트르담 대성당Notre dame de paris’
③ 르 코르뷔지에를 생각하다, ‘빌라 사보아Villa Savoye’

 


2019년 4월, 대화재의 악몽

‘노트르담 성당 Notre dame de paris’은 프랑스 파리 시테 섬에 위치한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대성당으로, 중세 유럽의 화려했던 역사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성당은 카톨릭이 아니어도 파리에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할 역사적인 건축물로, 프랑스 사람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BRIQUE Magazine

 

종교 건축 이상의 상징성을 가졌던 성당은 2019년 4월 15일 발생한 대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불길은 성당의 천장과 지붕을 무너뜨리며 건축물 전체를 위협했고, 프랑스 소방 당국은 다섯 시간에 걸친 필사의 진압 끝에 겨우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성당 내부의 종탑,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 귀중한 예술 작품들은 온전하게 보존되었다. 하지만 성당의 구조물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석회암 벽체는 검게 타들어 갔으며 소방관들이 뿌린 수십 만 톤의 물은 성당 내부를 젖어 들게 했고, 성당 곳곳은 재와 납 먼지로 뒤덮였다. 860년의 역사를 품은 건축물이 허망하게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화재 당시 현장 <사진 제공 = The Guardian>

 

현수막 뒤에 가려진 사람들

노트르담 성당이 5년 7개월 간의 복원 작업을 마치고 2024년 12월 8일부터 내부 관람이 가능해졌다. 파리 올림픽을 기점으로 모든 복원을 마무리하려던 프랑스 당국의 계획은 팬데믹 사태가 겹치며 늦어졌지만, 우선 본당 수리를 마쳐 내부 관람은 가능했다. 복원된 노트르담 대성당을 관람하기 위해 여정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다행스럽게도 복원을 마쳐, 운 좋게 이번 파리 여행에서 재개장한 모습을 관람할 수 있었다.

 

여전히 복원 작업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 2026년까지 마칠 예정이라고 한다. ©BRIQUE Magazine

 

성당을 관람하는 동안, 나는 하나의 문화권이 축적한 역사의 시간을 체감하는 평범한 관광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교과서 속에서 보던 노트르담 의 몇몇 특징을 발견할 때면 얕은 감탄과 함께 카메라 셔터를 습관적으로 눌렀다 이를테면 높은 첨탑과 완벽한 좌우 대칭과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성경 속 한 장면을 담은 세밀한 조각 말이다.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의외로 성당 바깥에 있었다. 그것은 다음 일정이 있던 생 루이 Saint Louis섬으로 향하던 중 발견한 현수막이었다. 프랑스어로 석공, 건축가, 지붕 수리가, 전기공이라고 적힌 글자 위 나란히 서 있는 네 사람, 성당을 관람하면서 느꼈던 옅은 감동보다 더욱 강렬한 느낌을 전해주는 네 사람이었다.

 

노트르담 성당 인근 공원에 설치되어 있는 ‘Rebâtir Notre-Dame de Paris’의 현수막. 왼쪽부터 석공, 건축가, 지붕 수리가, 전기공이 나란히 서 있다. ©BRIQUE Magazine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된 복원 작업

현수막을 설치한 곳은 노트르담 성당 복원 작업을 위해 신설된 전문위원회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재건하다(Rebâtir Notre-Dame de Paris)’이었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맡았다. 그들은 복원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한 회사에 맡기는 대신, 프로젝트를 140개 이상의 루트로 나누고 각각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이후 250개 기업을 선별했고, 전문 지식을 가진 작업 인력들과 함께 힘을 합치도록 조정했다.

 

복원 과정이 한창이던 때, 주변에는 자세한 복원 과정이 설명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진 제공 = Rebâtir Notre-Dame de Paris>

 

위원회는 행정적인 조율 이외에도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누구인지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채널을 만들어 복원에 투입되는 사람들과 그들의 구체적인 작업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복원 현장에 사진이나 그림을 이용한 전시회나 현수막을 통해 복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대중 앞에 드러냈다.

노트르담 성당 복원 기간 동안, 현장 주변은 복원에 참여하는 기술자들의 작업 내용이 기록된 텍스트와 사진, 그림을 전시했다. 또한 성당 인근, 복원 센터로 보이는 구조물에는 복원에 참여한 직업군을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방문 당시 현수막에 표시된 직업군은 조각가, 건축가와 지붕 수리공, 전기공이었고, 각자의 역할을 설명하는 복장을 한 채 나란히 서 있었다. 이는 한 차례 교체된 현수막으로 그 이전에는 목수, 석공, 조각공, 페인트 복원공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올레 레두크의 첨탑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들 <사진 제공 = Rebâtir Notre-Dame de Paris>
예배당 그림을 복원하는 예술가 <사진 제공 = Rebâtir Notre-Dame de Paris>

 

또한 프랑스의 유명 사진 스튜디오 ‘하코트 스튜디오Studio Harcourt’는 1주일간 현장에 스튜디오를 설치해,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500여 명의 기술자를 촬영해 전시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기록은 복원에 함께한 500여 명의 장인과 2,000여 명의 기술자들이 각자의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해 세계 문화유산을 되살리는 데 성심을 다하는 기폭제가 됐다.

 

Studio Harcourt Paris는 1주일 동안 대성당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약 500명의 근로자의 개인 및 단체 초상화를 촬영하기 위해 건설 현장에 스튜디오를 세웠다. ©Studio Harcourt Paris

 

드러냄의 필요성

독일의 철학자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자본주의는 물건을 생산하는 개별 노동자들의 사회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를 물건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로 나타내 본질을 은폐한다’라고 주장했다. 해석하자면 드러내지 않는 노동은 인식에서 배제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오늘 식탁에 올라오는 돼지고기 반찬에는 돼지를 기르는 사람들의 노동과 돼지의 죽음이 은폐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수많은 건축물에도 건설 현장의 다양한 노동이 은폐되는 것과 동일하다.

국내에서는 현장의 노동 가치가 특히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3D 업종’으로 기술노동직을 묶어 격하시키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으며, 기술직 노동직은 기피하고 싶은 직종으로 각인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공부하지 않으면 힘든 일을 하게 된다’라는 통념으로 교육 현장에서 재생산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기술직 노동자는 자신의 직업을 자부심 없이 ‘막노동’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건축은 건축가 혼자 이뤄지는 작업이 아니다. 설계뿐 아니라 시공 과정에 참여하는 기술자들의 숙련된 기술과 직업 윤리가 더해져야만 비로소 계획대로 완성할 수 있다. 좋은 건축 문화를 형성하려면 이들의 자부심과 노동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임금을 인상하거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하는 일이 가진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복원 작업에 투입된 사람들을 알리는 현수막과 각종 자료는 방문객들을 위한 단순한 안내를 넘어, 복원에 참여한 사람들의 자부심을 세워주는 깃발이다. 이 깃발은 복원에 쓰인 7억 유로(한화 약 1조470억 원)의 기부금을 모아준 전 세계인의 의지를 담아낸 동시에, 복원에 참여한 장인들과 근로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다.

미장이, 타일공, 조적공 등이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나라 건축 문화의 질을 높이는 초석이 될 것이다.

 

©BRIQUE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