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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예술, 건축이 하나 되는 사유의 장소

자연, 예술, 건축이 하나 되는 사유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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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김태진 자료. 뮤지엄 산

 

©BRIQUE Magazine

 

몸으로 감각하는 전시, ‘GROUND’

2025년 6월, 뮤지엄 산은 새로운 전시 공간 ‘GROUND’를 공개했다. 플라워가든 아래 마련된 반구형 돔 공간은 안도 타다오Ando Tadao의 설계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조각이 만나 탄생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실이라기보다 머무는 몸의 감각을 되묻는 장소다. 천장의 채광구를 통해 자연광이 쏟아지고 돔의 구조는 빛과 음향을 모아 한층 밀도 높은 정적을 만들어낸다. 내부에는 곰리의 조각 7점이 놓여 있다. ‘Blockworks’ 연작은 오브제가 아니라, 공간 속을 걷는 이의 시선과 거리, 숨소리와 발걸음까지 끌어들이는 촉각적이고 청각적인 장치로 작동했다.

지하로 이어지는 감각의 입구. 공간은 매봉산 자락을 마주한 지점에 자리하며, 입구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자연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는 이 동선은 공간에 들어서기 전부터 감각을 열어두는 역할을 한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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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이 아닌 감각의 확장

안토니 곰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의 몸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자연 존재”라고 말했다. 그에게 인간의 몸은 하나의 자연이며 예술은 이를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공간은 시각을 넘어 촉각, 청각, 심지어 후각까지 열어두는 열린 조형물에 가깝다. 그는 이 공간을 ‘하나의 악기’에 비유하며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모른 채 들어오게 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공간은 고정된 감상 방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눈이 쌓이고, 벌레가 날아들며 시간에 따라 조각에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사람 또한 이 공간 안에서 감각적으로 반응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연주’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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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의 감상은 ‘본다’는 행위를 넘어서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시선은 조각에서 벗어나, 그것 사이를 지나는 나의 걸음, 조용한 공기, 바닥의 온도,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의 기울기에 집중됐다. 감각은 시각에서 촉각과 청각으로 확장되었고, 그 감각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몸을 인식하게 되었다. ‘감상’이란 무엇인가, ‘감각’이란 어디까지를 포함하는가에 대해 조용히 되묻는 공간이었다.

‘GROUND’에서의 경험은 뮤지엄 산 전체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이곳의 모든 건축적 구성은 과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문자의 속도와 감각에 맞춰 조율되어 있다. 곰리의 조각은 때로는 풍경 속으로 묻히고 때로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드러난다.

‘옵저베이션 룸’에서 시작하는 사유. 계단을 내려가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옵저베이션 룸. 옵저베이션 룸은 인체 시신경에 비유되며, 유리창 너머로 공간을 미리 관조할 수 있는 장소다. 다양한 자세의 조각품 사이를 거니는 관람객을 바라보며 자신의 현재 상태를 되짚어보는 명상적 경험을 제공한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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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로 환원되는 사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경험이 미술관을 나선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점이다. 공간에서 겪은 감각은 기억의 이미지로 남지 않고, 일상의 감각으로 번진다. 시끄러운 거리에서 고요를 떠올리게 되고, 스치는 햇살 속에서 돔의 빛을 다시 느끼게 된다. 감상이 감각으로 전이되고 감각은 다시 삶의 층위로 스며든다. 뮤지엄 산은 일종의 ‘사유하는 시간’을 건네는 장소였고 ‘GROUND’는 그 사유가 몸의 언어로 환원되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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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다녀온 기억은 한 장의 풍경보다 하나의 감각으로 남는다. 계단의 질감, 조형물 사이의 긴장, 바람의 온도, 발걸음을 멈추고 서 있던 그 순간의 정적은 어떤 감각과 경험으로 치환된다. 감상은 결국 시각이 아니라 삶으로 이어지는 감각의 궤적이라는 것을 뮤지엄 산은 조용히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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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DRAWING ON SPACE

장소.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일자.
2025년 6월 20일 (금) ~ 11월 30일 (일)

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SNS.
뮤지엄 산 @museumsan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