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웨리단길’, 골목의 숨은 이야기를 기록하다
에디터. 김태진 사진. 김리오
“브리크가 왜 로컬에 관심을 갖나요?”
이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브리크brique>는 7년 전 창간할 때부터 도시인의 일상을 빛내줄 골목의 창의적인 집과 공간을 아카이빙해 왔습니다. 또 이를 만든 공간 디자이너와 건축주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어 온오프라인을 통해 알려왔습니다.
현재 브리크 아카이브에는 400여 공간디자이너가 작업한 1100여 공간 사례와, 저희 에디터들이 전국을 발로 뛰며 취재한 공간과 사람이야기 520여 개가 쌓여 있습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비수도권 공간입니다. 브리크가 발굴했던 동네와 골목의 공간이 ‘로컬’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고, 지역의 소도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로컬이고, 저희의 원래 모습입니다.
브리크가 그간 축적한 연결의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결과물로서의 건축이 아닌, 과정과 사람의 이야기에 더 집중한 건축을 담는 ‘로그인 로컬’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지역의 헤리티지를 살린 로컬브랜드 공간과 삶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이야기를 찾아 아카이빙하고 널리 확산되는 콘텐츠로 만들 예정입니다. 지속가능한 도시와 건축, 삶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브리크의 여정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① 전주 ‘웨리단길’, 골목의 숨은 이야기를 기록하다
② 손으로 짓고, 함께 꿈꾸는 시간…우리가 설계한 전주의 미래
③ 통영의 매력을 담는 여정, 숨은 보물을 찾는 크리에이터들
전주의 웨딩거리, 흔히 ‘웨리단길’로 불리는 이곳은 한때 전주 시민들의 결혼 준비를 책임졌던 한복집과 웨딩드레스샵이 밀집해 있던 공간이었다.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을 뒤로한 채, 최근 몇 년 사이 이 거리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젊은 크리에이터와 예술가들이 이곳에 터를 잡으며 전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전주 객리단길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변화는 이 거리에 전주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웨리단길의 빈 상가는 갤러리와 맛집, 카페 등 다양한 창의적 공간으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낮에는 유동 인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산한 모습이 지속되고, 여전히 공실이 많다. 오래된 건물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현대 도시의 맥락에 맞는 정비와 수선,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 온 <브리크brique>와 도시재생에 강점을 가진 ‘크립톤Krypton’이 ‘웨리단길’을 주제로 특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동안 전국의 골목을 취재하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동네 아카이빙 캠프 (2024.11.15~17)’와 ‘우리동네 만들기 해커톤 (2024.11.22~24)’을 개최한 것. 11월의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카이빙 캠프 참가자와 해커톤 참가자는 웨딩거리 골목 곳곳을 누비며 이곳에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기록하며 새로운 비전을 모색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전주 원도심에서 열린 ‘우리동네 아카이빙 캠프’를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기록했다. 참가자들의 고유한 시선으로 기록한 콘텐츠는 웨리단길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며, 관계 인구를 형성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탐방과 기록: 로컬브랜드와의 만남
캠프는 단순한 워크숍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 공간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의 탐구였다. 참가자들은 거리 곳곳에 자리한 전주의 대표적인 로컬브랜드들을 방문하며 그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된 한복집은 지금도 전통을 이어가며 명맥을 잇고, 그 옆에 청년들의 감각이 돋보이는 카페와 식당, 문화공간이 싹을 틔우고 있었다.
캠프 참가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2박 3일간 전주의 웨리단길을 탐험하며, 거리 곳곳의 로컬브랜드와 공간을 기록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제작했다. 웨리단길은 전통 한복집과 최근의 창작 공간들이 공존하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도시를 기록하는 새로운 시각
브리크 에디터들과 함께 진행한 콘텐츠 제작 워크숍에서는 사진과 글, 영상으로 도시를 기록하는 방법을 배웠다. 참가자들은 거리의 풍경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웨딩거리의 오래된 건물 외벽에 남아 있는 색 바랜 간판, 그리고 그 옆 새로 생긴 작은 카페의 현대적인 인테리어는 시간의 흐름을 증명하는 상징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캠프에서는 단순히 거리 풍경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로컬브랜드와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이야기를 직접 듣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졌다. 빈 점포를 갤러리와 카페로 변신시킨 청년 예술가들의 도전,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 디자이너들의 노력 등이 주요 사례로 다뤄졌다.


마감의 밤, 나만의 기록물 만들기
캠프 마지막 날 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웨딩거리를 정리하고 기록물로 남겼다. 사진 한 장, 글 한 줄에도 골목길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 기록들은 개인적인 추억을 넘어, 전주의 숨겨진 공간과 매력을 알리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참가자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지역의 가치를 알리는 도구로 활용될 예정이며, 웨리단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관계의 씨앗이 심어졌다. 웨리단길은 단순한 로컬 핫플레이스를 넘어,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의미를 찾는 공간으로 성장할 것이다.
건축과 공간, 콘텐츠에 기반한 브리크와 도시재생 투자사인 크립톤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이번 캠프는 기존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가는 의미있는 시도였다.
캠프 참가자들은 “전주는 한옥마을밖에 몰랐는데, 새로운 이야기와 장소를 알게 돼 좋았다”, “꾸준히 동네를 기록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워크숍이었다”, “콘텐츠 제작과 조별 활동이 유익했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전주 웨리단길은 잠재력과 가능성이 풍부한 지역이었다. 이번 아카이빙 캠프는 단순히 장소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을 깊이 이해하고 기록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남을 것이다. 거대한 도시의 흐름 속에서 이번 캠프가 당장의 효과를 가져다줄 수는 없을 테지만, 전주의 가을 풍경과 웨딩거리의 독특한 정취는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자리할 것이다. 웨리단길이 전주의 새로운 문화와 창의적 실험의 중심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