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아프ㆍ프리즈 서울 2024’, 에디터의 아주 사적인 시선들
글 & 사진. 김리오, 김태진, 정지연
5년 공동 개최의 반환점을 돈 ‘키아프Kiaf ㆍ프리즈Frieze 서울 2024’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런던에서 시작된 프리즈가 세 번째 개최지이자, 아시아 첫 개최지로 꼽았던 ‘서울 Seoul’에서 키아프와 함께 ‘아트 페어’의 영토를 글로벌로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기 침체로 인해 참가사 및 출품작이 다소 감소했지만 미술의 가치 제고와 아트 페어에 대한 대중적 친화도가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관람객은 키아프 8만 명, 프리즈 7만 명으로 각각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브리크brique> 에디터들이 인상에 남았던 작품을 각자 하나씩 선정해 소개한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선정한 세 작품은 인간의 내면, 사회적 현상, 그리고 기술,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게 만든다.
도시의 시간을 엮은 사진 ‘Michael Wesely – Berlin’

- 작품명 : Berlin (1860/2023)
- 작가 : 마이클 웨슬리 Michael Wesely
- 갤러리 : 더 컬럼스 갤러리 The Columns Gallery
- Editor : 김태진
단 한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이 끊임없이 흐르는 도시의 시간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독일 사진가 마이클 웨슬리Michael Wesely의 ‘Double Day’ 시리즈 중 ‘Berlin’ 앞에서 그 답을 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은 베를린의 현대 건축물을 과거 아카이브 이미지 위에 중첩시켜, 시간을 초월한 도시의 모습을 한 장에 담아낸다. 1860년의 베를린과 2023년의 베를린이 한 화면 안에서 만나는 것이다. 두 시간대 사이에서 사라진 건축물과 새롭게 세워진 빌딩들이 흐릿하게 겹쳐지며, 과거와 현재가 서로 맞닿는다.
그의 작품은 건축물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를 넘어, 집단 기억의 저장소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하게 만든다. 마치 시간의 무게를 견뎌온 건축물들이 그 자체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베를린의 정체성과 도시의 변화를 한 장면에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군중 속에서의 당신, ‘이응노 – 군상’

- 작품명 : 군상
- 작가 : 이응노
- 갤러리 : 갤러리 바지우 Galerie Vazieux
- Editor : 김리오
사람이 위로를 받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응노의 ‘군상’은 군중 속에서 개인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수많은 인물들이 서로 얽혀 하나의 캔버스 위에서 다양한 몸짓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각자가 가진 고유한 존재감이 드러난다. 스스로 무기력하거나 약하게 느껴질 때에도 작품 속 여러 인물을 살펴보다보면 누구나 그 안에서 중요한 하나의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군상’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이응노 화백이 인간 군상을 주제로 1960년대부터 꾸준히 그려온 시리즈이다. 이 작품은 주로 붓과 먹을 사용해 사람들의 집단적인 움직임과 형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인데, 군중이 모여 있는 모습을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하면서도 인간 군집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단순한 예술작품을 넘어, 개인이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부서진 태양의 울림, ‘Tuan Andrew Nguyen – Broken Sun’

- 작품명 : 부서진 태양 Broken Sun
- 작가 : 투안 앤드류 응웬 Tuan Andrew Nguyen
- 갤러리 : 갤러리 꾸잉 Galerie Quynh
- Editor-in-Chief : 정지연
처음 방문하는 입장이라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많은 작품의 홍수 속에서 다리도 아프고 사람이 많아 작품에 하나하나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 가운데 불현듯 잠시 발길을 멈추고 뒤돌아보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묵직하면서도 은은한 울림이 들려오는 부스를 찾아갔더니 퍼포머가 투안 앤드류 응웬의 ‘Broken Sun’의 금속판을 두드리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그의 동작에 따라 금속이 내는 소리의 차별점을 구분해내고, 소리가 주는 위안을 느꼈다. 번잡한 도심의 도로 한 가운데 덩그러니 홀로 남은 내게 한 줄기 빛이 내려와 손을 내미는 듯한 위로와 휴식의 시간이었다.
베트남 호치민 출신의 투안 앤드류 응웬은 지역의 역사성과 사회적 의식을 기반으로 작업을 한다. 이번 작품에 사용된 금속에는 베트남 전후 발견된 UXO(불발탄) 소재가 섞여 있다. 그의 조각품은 현대적 형태를 취하지만 색상과 형태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스토리를 발견하고 반영한다.
이 작업 시리즈에 대해 응웬은 “일상의 재료는 시간과 정체성을 갖고 있고, 이것을 변형하면서 여러 영감을 얻는다”며 “죽음을 삶으로, 파괴를 치유로 전환할 수 있는 재료로 작업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작품만으로 충분히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생각과 작업 과정을 이해하면 더 깊이 작품을 느낄 수 있음을 새삼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