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현실로 오려가는 죠죠하우스의 항해 기록
에디터. 김태진 사진. 김태진, 죠죠하우스
<브리크brique>가 그동안 기록해 온 1000여 곳의 공간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공간을 지탱하고 있을까? 아카이브에 쌓인 건축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꺼내 다시금 살펴보는 과정에서 떠오른 질문이었다. 사진 속 공간은 티 없이 매끄럽고 아름다웠지만 시간이 멈춘 듯했고,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시 만난 브리크의 공간’은 지금까지 브리크가 기록했던 공간을 다시 찾아 안녕을 묻고, 기획자인 건축주와 실제 공간 사용자를 만나 시간의 켜가 쌓이면서 가져다준 지혜를 담고자 하는 기획이다. 공간에서 누적한 시간이 건축주 또는 사용자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당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뒤늦게 발견하게 된 공간의 보물 같은 쓸모가 있었는지, 만약 다시 공간을 만든다면 줄이고 싶은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등 솔직한 사용자 경험을 담아볼 예정이다.
이 기록이 각자가 사용하는, 나아가 미래에 꿈꾸는 공간을 조금 더 입체적이고 밀도 높게 바라보고 구상할 수 있도록 돕는 조금의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글 싣는 순서.
① 서교동 카페 ‘콤파일Compile’ 황지원 대표
② 여주시 목공방 ‘수연목서’ 최수연 대표
③ 동대문구 단독주택 ‘죠죠하우스’ 김정민, 최지미 건축주
④ 춘천시 동네서점 ‘책방 바라타리아’ 강은영, 장남운 대표
⑤ 화성시 사립미술관 ‘소다미술관’ 장동선 관장
⑥ 부산 광안리 복합문화공간 ‘밀락더마켓’ 박지만 대표
⑦ 충청남도 예산군 정원 카페 ‘백설농부’ 권혁철 대표
꿈꾸는 집이 명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집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비록 꿈이 너무 많아 그 꿈에 초크질하며 현실로 오려가는 과정이 지난할지라도 말이다.
죠죠하우스의 김정민, 최지미 건축주는 집에 대한 남다른 꿈이 있었다. 그들의 꿈은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섬세하고 명확한 모습을 지녔다. 디자이너인 두 사람이 집을 짓기 전 살펴야할 내용을 빼곡히 정리해 놓은 엑셀시트와 레퍼런스 이미지, 도면 등만 봐도 잘 드러난다. 그들은 그렸던 꿈의 부피에 밀도를 더해 강도를 높였던 시간을 쌓아왔다.
하지만 현실에는 장애물이 많았다.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이라는 조건, 디자이너로서 다른 디자이너와 협업한다는 어려운 과제 아래에서 자연스레 접어두어야 하는 꿈도, 타협해야 했던 순간도, 미처 챙기지 못해 놓치는 인간적인 실수도 일어났다. 꿈의 집을 짓는 동기와 과정, 완공 후 살아오면서 느낀 다양한 에피소드까지. 죠죠하우스의 김정민, 최지미 건축주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와 항해 기록을 함께 들춰보았다.

꿈을 향한 항해의 시작
두 분이 디자인 관련 일을 하시다 보니 디자인 콘셉트를 잡아나가는 과정이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최지미 건축주(이하 최)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 남편은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각자 추구하는 미감이 확실한 대신 기본적으로 우리 둘은 취향이 비슷해요. 하지만 그만큼 하고 싶은 게 많아 디자인 콘셉트를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방향은 죠죠가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테라스와 프라이빗한 정원, 자연을 담은 집을 꿈꾼다는 점에서 같았지만, 디테일이 조금 달랐어요. 덕분에 집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남편의 취향도 있었죠.
김정민 건축주(이하 김) 하루는 각자 핀터레스트에서 모아온 레퍼런스를 보여주는 날이었어요. 우리가 같은 이미지를 골랐더라고요. 그래서 통했다고 생각한 채 넘어갔는데 알고 봤더니 저는 사진 속 스위치의 형태를, 아내는 소재를 마음에 들어 했던 거더라고요. 그런 점이 달랐어요.
건축주와 건축가, 어떻게 보면 네 분의 디자이너가 만든 집인데, 아틀리에 이치(이하 이치)와 대화할 때도 주제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최 맞아요. 그래서 재밌던 것도 있어요. 이야기하면서 ‘아, 역시 뭘 좀 아시네요’ 하며 통했던 부분도 있었죠.
김 하지만 우리 부부는 현장보다 이론에 가깝다 보니 비슷한 듯 다른 점도 있었어요. 예컨대 ‘당연히 아시죠?’ 했는데 모르는 걸 발견했을 때 흥미로웠죠.
최 그래서 오히려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저도 일할 때 제가 디자인한 결과물을 상대가 거절하면 내심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기억이 있다 보니 의견을 말할 때 조심스러웠던 점도 있었어요.
김 맞아요. ‘우리는 원하는 게 명확하니까 이대로만 해주세요’라고 하기에도 조심스러웠어요. 입장을 알다 보니 우리의 의견이 디자이너의 자유를 보장해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할 때도 많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원하는 게 명확한데 두루뭉술하게 얘기할 수도 없어서 곤란한 점도 있었어요.

이치에 의뢰할 때 도면 등 여러 자료를 준비하셨다고 했는데, 전문가가 전문가에게 의뢰한 모양새예요.
최 설계를 의뢰할 사무소를 찾기 전, 우리가 꿈꾸는 집을 계획하면서 도면에 랜더링까지 준비해 둔 상태였어요. 왜냐하면 우리도 디자인을 하다 보니 그 정도로 그려보아야만 실제로 구현됐을 때 모습을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도 실전 경험이 없기 때문에 계획한 내용을 현장의 전문가 입장에서 같이 검토하고 싶었던 거였어요.
김 맞아요. 실은 우리 입장에는 우리의 생각을 최대한 준비해서 전달해야 상대도 편할 거로 생각했는데, 하지만 막상 전달했더니 ‘직접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연락을 하셨냐’라는 공통된 답변을 받았죠. 우린 계산하고 예측할 수만 있지, 실제로 지어 본 적은 없으니, 걱정이 많아 준비에 공을 들였던 것뿐인데 말이죠.
처음 죠죠하우스를 계획했을 때로 돌아가 보죠. 어떤 과정을 지나오셨나요?
최 처음 죠죠하우스를 계획했을 때부터 리모델링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단층짜리 오래된 주택용지를 매입해서 협소주택을 짓자는 게 처음 계획이었어요. 아파트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우리가 꿈꾸던 것은 편리한 삶보다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특별한 공간, 예를 들면 테라스처럼 특색있는 공간이 갖고 싶었던 거였어요.
김 그 시기에 서울에서 지어지는 협소주택을 보며 ‘서울에서도 이게 되는구나’ 했어요. 그때부터 우리만의 주택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최 가능성은 예산 등 구체적인 생각으로 번져나갔고 ‘그렇다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매물을 찾기 시작했어요.




죠죠하우스의 예전 모습이 궁금해지는군요.
최 죠죠하우스의 예전 모습을 떠올려보면 정말 다이나믹 그 자체에요. 왜냐면 계약할 때 겉으로 봤던 이 집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부지 조건만 보면 우리가 찾는 조건에 모두 합격했던 곳이었어요. 바깥으로는 아파트가 있어 조용하고 치안도 좋았고, 건물 면적 대비 넓은 테라스와 집 앞의 큰 벚나무, 앞이 탁 트인 풍경을 보고 ‘그래, 이 집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자마자 이 집을 리모델링으로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바로 당일에 계약했어요. 무모한 계약이었지만, 그동안 고민하다 놓친 집도 많아 ‘내 집이다’ 싶으면 바로 계약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찰나였기도 했고요.
김 하지만 살고 있던 집주인이 짐을 빼고 나니까 ‘집이 왜 이렇게 되어있지!’ 싶은 게 있었어요. 비가 오면 내부가 젖어있기도 했고, 단열재는 하나도 없는 아주 추운 집이었죠. 말 그대로 세월의 변화가 온전히 느껴지는 노후주택이었어요.




계약하고 바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나요?
김 1층은 공실이었고, 2층에는 세입자분들이 살고 계셨어요. 몇 달 뒤에 만기가 되어 나가는 것으로 알고 계약을 진행했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 과거 계약서였던 거죠. 세입자분들은 1년 6개월 뒤에 나가는 상황이었어요.
최 맞아요. 그 덕분에 1년 정도 강제(?) 기다림의 시간이 생겨버렸어요. 우리도 그때 살고 있던 전세집의 만기 시점이 다가오던 때라 공실인 1층을 간단하게 고쳐 살면서 죠죠하우스의 설계를 해볼 생각이었어요. 집의 상태가 좋았다고 생각했으니 ‘도배, 장판 정도만 간단하게 공사하고 살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짐이 빠진 집을 보니 도배, 장판으로는 어림없겠다 싶더라고요.
김 이러다 큰 공사를 두 번 하겠다 싶어 급하게 월세집을 계약하고 남은 기간 리모델링 계획을 다시 차분히 세우게 되었어요.
이치에서 <브리크brique>에 제보한 프로젝트를 보면 이 집의 정화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최 정화조!…. 정말 뜨악했던 포인트였어요. ‘집 안에 정화조가 있다고?’ 이런 느낌이었죠. 정화조의 존재는 집을 계약하고 짐을 다 뺀 뒤 비어있는 상태에서 정화조 청소가 임박했던 날이 되어서야 알게 됐어요. 우리도 못 찾은 정화조를 청소업체 아저씨가 와서 알려주시더라고요. 방 안에 있다고요.
김 맞아요. 수도 계량기가 바깥에 있고 대부분의 정화조는 밖에 있었으니 당연히 우리 집 정화조도 바깥에 있겠거니 했어요.
최 정화조가 있던 곳이 실내이긴 했지만, 보일러 배관도 깔려있지 않은 거의 반야외 공간의 장판(?) 속에 가려져 있었어요. 그래서 더 몰랐던 거죠. 결국 이 정화조 덕분에 아주 재밌는 반전의 공간이 생길 수 있게 됐지만요.

항해의 파트너를 만나다
이치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최 그냥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중 발견했어요. 이치는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을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치하우스’ 덕분이었어요. 이치하우스는 소장님들께서 리모델링해서 직접 살고 계신 집이자 사무실이었는데, 살고 있는 사람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걱정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는데, 그들의 포트폴리오가 그 당시 이치하우스 하나밖에 없었답니다. 우린 걱정 요정인데,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도 모르고 포트폴리오도 적으니 걱정뿐이었죠.
이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함께 하게 되었나요?
김 알아본 업체 중 추리고 추린 업체가 두 곳이였는데 그중 하나가 이치였어요. 사실 신뢰도 측면에서는 다른 업체에 마음이 쏠렸는데 공정별로 꼼꼼하게 준비해 제안했어요. 방수, 단열재 등은 어떤 소재를 쓰고 어떻게 시공하는지 세세하게 제시했죠. 어쨌든 저는 관련 직종에 있다 보니 알고 있어서 생기는 걱정도 많았거든요.
최 그럼에도 이치를 선택했던 이유는 결국 인테리어의 디테일이었어요. 다른 업체는 디자인을 푸는 방식이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달라서 걱정스러웠거든요. 그래서 내린 결론, ‘그래 역시 답은 디자인이다, 비가 새더라도 디자인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그래서 이치와 함께할 결심을 했죠.



이치와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최 우리가 불안해했던 부분들은 계약 이후 조금씩 해소해 나갈 수 있었어요. 그전에는 서로 조심스러워서 물어보지 못하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죠. 이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안 할 거로 생각했대요. 처음 미팅한 이후 두 달 정도 고민의 시간을 가졌거든요. 보통은 빨리 연락을 주는 편인가 봐요.
김 잊을만하면 이치에 연락해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곤 했어요. 내심 더 많은 정보를 주길 바랐는데 이치 입장에서도 설계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하니 서로 난처했었죠.
최 우리는 불안하고 걱정스러워서 더 알고 싶었어요. 설계안이 예산 내에 들어오는지, 시공, 공법 등은 확실한지 등등 다 물어봤어요. 그래도 100%의 확신이란 건 없으니 ʻ해보자’하며 함께 했죠.
김 우리가 걱정이 많아서…. 혹시라도 방수가 빠지는 건 아닌지, 단열이 빠지는 건 아닐지 걱정되더라고요.
최 이치는 우리가 느끼기에 주택의 컨디션을 보고 디자인하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편이었더라고요. 일하는 스타일이 조금 달랐던 거죠.

이치도 이 프로젝트에 진심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최 맞아요. 게스트룸의 자작나무 마감과 유리 선반은 원래 우리 계획에 없었어요. 하얀색 매립 선반으로 하려 했는데, 이치에서 계속 무언가 디자인해 오시더라고요. 우리는 힘을 빼려고 했는데…. 결국 이치에서 하고자 하는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김 게스트 화장실 벽면의 돌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사실 예산의 여유가 없어서 게스트 화장실은 최소한으로 꾸며보려 했거든요. 정말 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일본에서나 볼 법한 컴팩트한 건식 화장실 콘셉트였어요. 하얀 공간에 있을 것만 있는 딱 그런 거요.
최 그러다 소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하얗고 깔끔하게 하는 건 저도 너무 좋은데, 그래도 게스트들이 방문하면 많이 접할 공간인데 좀 더 투자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라면서 갑자기 싼 값에 돌을 알아 오시더라고요.
김 그런데 자연석치고는 정말 싸긴 쌌어요.
최 지금은 벽면의 묵직한 포인트가 생겨서 무척 마음에 들어요. 사실 좀 더 욕심부려서 세면대에 힘도 줘볼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그때 당시에는 예산이 빠듯해 못 했지만요.
처음 설계한 것과 달라져서 좋아진 부분도 있나요?
최 이치가 처음 제안해 준 계단은 나무 계단이 돌출된 형태였어요. 하지만 내심 저희는 디딤석 계단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디딤석은 상업 공간에서나 볼 수 있는 요소여서 차마 얘기를 못 했는데, 설계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취향을 더 잘 알게 된 소장님이 먼저 변경안을 제안해 주셨어요. 그래서 “우리 너무 잘 맞네요. 이제 얘기하지 않아도 취향을 잘 아네요. 우리 원래 하고 싶었던 거예요!”라는 대화를 하며 결국 디딤석으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아쉽다는 것, 그만큼 좋아한다는 것
혹시 죠죠하우스에서 아쉬운 공간이 있나요?
최 이 질문 너무 재밌네요. 이제 죠죠하우스에서 산 지 1년쯤 됐는데, 우리끼리 요즈음 집에 관해 이야기할 때 종종 이야기했던 주제였어요.
김 아쉬운 건 많은데…. 현실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 상태가 최선인데, 무언가 더 없을까 하는 고민은 있었어요.
최 처음 계획했던 동선은 죠죠와 산책하고 들어오면 입구에 강아지 샤워실이 있어서 발을 씻기고 들어오는 것으로 계획했어요. 죠죠가 물로 씻는 걸 선호해서요. 그런데 아무리 디자인적으로 노력을 해도 동선이 나오지 않아서 결국 입구 쪽 샤워실은 포기했죠. 그 때문에 산책하고 다녀오면 입구에서 죠죠를 안고 샤워실로 가야 하지만요.
김 우리가 이치에 전달했던 설계안은 지금의 게스트룸 쪽으로 입구를 내는 방향이었어요. 1층 정원을 지나 들어오면 입구에 반려견 샤워실이 있어서 씻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동선 계획이었어요.





최 이치에서 제안해 준 설계안이 더 멋져서 우리의 안을 결국 포기하게 됐죠. 신축이었다면 원하는 대로 지었겠지만, 리모델링 특성상 원래의 형태 안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생기죠. 한정된 조건 안에서 디자인으로 풀어 나가는 게 재밌기도 했어요.
김 집에 들어왔을 때 중정이 바로 보이는 동선도 좋았고, 거실 공간을 가장 넓게 쓸 수 있어서 그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상하부 수납장 사이로 주방과 연결돼 있어 소통하는 느낌도 좋았죠. 하지만 택배나 장 본 것을 건네주거나, 출퇴근길에 대화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하기에는 어렵더라고요.
최 사실 우리는 신발장을 크게, 그리고 의미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내부지만 외부 같기도 하고, 테라스가 되기도 하는 그런 공간이 하고 싶었죠.
정화조 자리에 만든 중정은 어떠신가요?
김 저녁에 중정만 불을 켜놓으면 예뻐서 좋아요. 다만 생화가 아니다 보니까…. 애정이 가는 건 살아있는 식물들이더라고요. 생화는 계절마다 변화가 있으니까요. (정화조 쪽을 바라보며) “중정을 생화로 바꿔볼까….”
최 안돼 안돼, 살아있는 걸 하려면 쉽지 않을 거야. 우리의 기술로는 어려워!

조명이나 바닥 부분에서도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김 조명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에요. 눈에 띄게 하고 싶지 않아서 1인치와 1.5인치 조명을 직접 찾아서 스펙을 지정했어요.
최 우리는 하얀 백색등을 싫어하고 모든 공간이 다 밝기만 한 분위기를 싫어해요. 그래서 평소에도 꼭 필요한 조명 외에는 잘 켜지 않아요. 공간의 깊이감이 있으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막상 조명등을 조금만 설치하자니 어두워질까 봐 겁이 나더라고요. 밝은 걸 어둡게 할 수 있지만 어두우면 방법이 없으니까, 보험으로 많이 해뒀는데 조명 숫자를 조금 줄일걸 그랬어요. 역시나 우리는 걱정 요정이었어요. 너무 밝더라고요.
김 바닥도 원래 마이크로 시멘트로 하려고 했어요.
최 그런데 이치에서 주택이 노후화하기도 했고, 새로 방바닥 통 미장을 치면 바닥의 수축 팽창이 많이 일어나 크랙의 위험 부담이 많을 수 있어 결국 말리셨어요. 사실 마이크로 시멘트가 우리의 첫 번째 워너비였는데…. 어쩔 수 없었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로’라고 생각하며 해보고 싶었던 밝은 톤의 원목 마루로 막판에 바꿨어요. 밟고 다니는 감촉도, 원했던 분위기로 잘 나와서 매우 만족하며 쓰고 있어요.
2층 욕실과 드레스룸은 어떤가요?
최 욕실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했던 공간이에요. 그래서 기존 집의 가장 큰 방이었던 안방을 욕실로 변경했고 채광을 많이 들이고 싶어서 기존의 큰 창을 그대로 살렸어요.
김 그치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어요. 화장실의 평면이 거의 정사각형이어서 평면을 풀기가 쉽지 않았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각 요소가 크게 나왔어요. 샤워하는 공간이라던가 욕조 같은….
최 욕조는 너무 커서 물 받는 데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처음 계획은 드레스룸이랑 욕실을 연결하는 스토리의 동선을 그리고 싶었어요. 예컨대 샤워하고 드레스룸으로 가서 옷을 입고 나오는 그림이요. 이래저래 조정해 봤지만 결국 결과는 조금 평범하게 나왔어요.
김 이래저래 사이즈를 고민하다가 지금 디자인으로 했는데, 효율성을 조금 포기하고 공간을 풀었어도 괜찮았겠다 싶어요. 크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재미가 떨어졌어요. 지금도 건식처럼 사용하긴 하지만 처음에는 변기가 샤워 공간과 꼭 분리되길 바랐어요. 세면대랑 파우더룸이 같이 있기를 바라기도 했고요. 화장실과 드레스룸에 일반적으로 있는 것들을 우리 생활 패턴에 따라 한데 모으려 했었는데, 조금은 뻔하게 드레스룸은 드레스룸, 욕실은 욕실이 됐어요. 시간이 더 있었다면 재밌게 풀어봤을 텐데 아쉬워요.

(왼쪽 상단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죠죠하우스의 봄과 여름, 겨울과 가을 ©zozo house
죠죠하우스의 일상
처음 죠죠하우스를 알게 됐을 때 인상 깊었던 건 ‘강아지 죠죠와 함께 사는 집’이었기 때문이에요.
최 죠죠는 별명이 ‘공죠죠’에요. 놀이 중 공놀이를 제일 좋아하죠. 활동량이 많아 밖을 좋아해서 산책하러 나가면 집에 항상 안 들어오려고 하는 그 유명한 ‘안가시바’가 일상인 강아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같이 살아가는 가족으로서 작은 정원이지만 죠죠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테라스, 언제나 누워있을 수 있는 잔디 마당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왔죠.
김 이 집을 200%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죠죠에요. 이제는 7살이라 그런지 특별히 나가서 격한 활동을 하진 않고 2층 테라스에 엎드려서 TV보듯이 바깥 구경을 하고 광합성하며 쉬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죠죠가 집에서 제일 편하게 생각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최 2층 전체에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죠죠는 항상 우리를 자신의 시야각 안에 두고 머물렀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우리가 1층에 있어도 2층에서 안 내려오더라고요. 이젠 출근할 때 2층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안녕’하고 말아요.
김 최애 간식을 주면 2층으로 가지고 올라가고, 평범한 간식은 1층에서 먹더라고요.
최 아마 2층을 큰 켄넬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손님이 2층에 올라갈 때 유독 경계하기도 하고요. 자기 영역이라고 생각하는지 민감해해요.



반대로 두 분이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최 우리 둘이 조금 다른데, 저는 2층을 선호해요. 저는 앞이 탁 트인 걸 좋아하기도 하고 1층과 다르게 분위기가 밝기도 하고요. 창 너머로 풀멍하는 재미가 있어요.
김 이것도 에피소드가 있어요. 집 앞에 나무가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계하고 있을 때는 겨울이라서 전혀 체감하지 못했었어요. 창을 적당한 크기로 계획했었는데 봄이 되고 철거하면서 보니 밖의 부view가 상상 그 이상이었죠. 그래서 급하게 창을 더 추가하는 안으로 변경 요청했고, 그렇게 지금의 2층 뷰가 탄생했어요.
최 맞아요. 저절로 집안까지 담기게 되는 푸르름이 너무 좋고요. 비가 올 땐, 정원을 바라보며 그 나름의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즐겨요. 그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삶이죠.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도심이다 보니 자연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지는 것 같아요. 도심에서 자연을 온전히 누릴 수 있으니 더 소중하고 귀해요. 오히려 전원주택이었다면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아서 이 소중함을 몰랐을 것 같아요.
김 저는 1층이 좋아요. 일단 먹을 것이 항상 있고요(웃음). 2층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어두움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요. 저는 아내와 다르게 프라이빗한 공간을 더 선호해요. 담장이 높고 창은 밖에서는 보이진 않지만, 내부에 가족만의 정원이 있는 그런 집을 갖고 싶었어요. 지금 1층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최 아! 이 집에 살게 된 뒤로 가장 크게 바뀐 점이 있어요. 우리 둘 다 요즘 가드닝에 빠져있어요. 그전까지 식물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는데요. 욕실과 침실 창으로도 녹음이 보일 수 있도록 2층 정원에는 나무와 풀을 심었는데 해마다, 그리고 계절마다 변화를 보는 것이 아주 즐거워요. 1층도 해야 할 일이 가득하고요. 제일 바뀐 건 남편인데요.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이 꽃 예쁘네. 뭐지?” 하면서 꽃 사진을 그렇게 찍어요….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죠죠하우스를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 저희는 집 지을 부지나 동네 등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알아봤는데도 막상 생각한 대로 일정을 맞추기는 어렵더라고요. 집을 알아보면서 집주인과 조건이 맞더라도 세입자의 계약 종료 시기, 설계 기간과 공사 기간 등등을 따져보면 입주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주택 리모델링은 여유를 갖고 천천히 완성해야 하는 긴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착공 시기, 입주 시기에 대해선 버퍼buffer를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아요.
김 좋은 설계사무소를 찾으셔야 해요. 저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어려운 타입이었는데,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정리해 주니 좋았거든요. 설계비는 아끼지 마시길 바라요.
최 맞아요. 이치와 함께해서 좋았던 점은 설계자가 현장까지 책임진다는 그들의 철칙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야만 설계했던 의도대로 완성되는 점도 있고, 디자인한 입장에서 실제로 구현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기도 하거든요. 그래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