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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과 문화를 잇는 가교

로컬과 문화를 잇는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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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지연 사진. 윤준환, 브리크매거진 자료. 삼미, 보리에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들라고 하면 대다수는 해운대와 광안리를 꼽을 것이다. ‘바다’가 뿜어내는 매력이 그만큼 큰 이유도 있지만, 거기에만 머문다면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기 어렵다. 해운대와 광안리는 ‘바다’ ‘해수욕장’이라는 본원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 요트 체험, 초고층 레지던스, 광안대교 등 지속적으로 사람의 발길을 모은 ‘콘텐츠’, 즉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이어져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른 부산의 필수 방문지가 있다. 해운대와 광안리 사이, 바다와 강이 만나는 수영만 입구 민락수변공원에 있는 ‘밀락더마켓’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워터프론트 지역은 십중팔구 초고층 프리미엄 아파트가 차지하는데, 이 넓은 땅에 창고같은 건물을 지어 한 달에 20만 명이 방문하는 핫플로 만든 이야기를 박지만 삼미 대표를 만나 들었다.

 

ⓒYoon, Joonhwan
박지만 삼미 대표가 ‘밀락더마켓’ 입구에 그려진 젊은 작가의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ammi

 

토목건설에서 F&B까지

삼미가 ‘삼미슈퍼스타즈’의 그 삼미인가요? 회사 소개부터 먼저 해주신다면.

네. 맞습니다. 원래 아버지가 부산에 토목건설회사를 설립하셨고, 중간에 삼미그룹의 모체였던 삼미를 인수해 회사명을 바꿨습니다. 주된 업종은 종합건설입니다. 국내외 도급공사와 골프장 및 레저시설 건설 등을 해왔습니다.

 

밀락더마켓 뿐만 아니라 해운대 ‘더베이101’, 왕십리 ‘대도식당’까지 운영하시던데요. 보리에라는 F&B 자회사도 있고. 건설사가 외식업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요?

부동산과 콘텐츠라고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부동산의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콘텐츠’가 필요하더라고요. 그 콘텐츠 중 필수가 F&B(Food and Beverage)이고요.
제가 유학을 가서 호텔경영을 공부했습니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했고요. F&B의 가치를 알고 있었고, 단골집이었던 대도식당이 매각을 한다고 했을 때 인수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해운대와 광안리를 토대로 삼으신 이유가 있다면요?

제가 싱가포르에서도 좀 생활을 했습니다. 싱가포르가 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을까를 눈여겨 봤는데, 호텔, 백화점, 쇼핑몰은 물론 동물원까지 일주일을 머물러도 다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콘텐츠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부산은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뿐 아니라 수많은 자원이 있는데도 개발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해운대 동백섬의 요트클럽을 ‘더베이101’로 바꿔내고, 유휴지로 남아있던 민락동 땅을 개발해 ‘밀락더마켓’을 오픈한 것도 부산을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바다라는 좋은 자원을 더 빛나게 할 콘텐츠를 덧입힌다면 해운대와 광안리는 싱가포르 못지 않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Yoon, Joonhwan

 

초고층 주상복합이 아닌 수평적 복합문화공간

공간이야기를 좀 해주시죠. 건물은 2층이고, 대지가 2340평인데, 건축면적이 1348평 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나머지 1000평 가까운 땅이 주차장이던데, 부동산 관점에서 봤을 때는 낭비가 아닌가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밀락더마켓 대신 고층의 아파트를 지었다면 여러가지로 편하고 이익을 빨리 남겼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더베이101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특히 해운대와 광안리를 잇는 이 지역에 필요한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땅은 수십 년 전 매립할 당시부터 회사가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삼미가 매립 공사를 하고, 일부는 다른 회사에 팔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대가 어떻게 개발됐으면 좋을지 계속 구상했고, 제가 직접 스케치해둔 개념도도 있습니다. 그걸 밀락더마켓 설계를 맡은 LJL건축사사무소 이승진 건축가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어떤 갈증이 있었고,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나요?

더베이101은 동백섬에 위치해 있고 바로 앞에 바다가 보입니다. 탁 트인 바다 전망에 레스토랑, 베이커리 카페 등 고품질 F&B서비스까지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장마와 혹한, 바닷바람 등 계절적 기후요인까지 있다보니 바다를 제대로 즐길 시간이 1년에 3~4개월 밖에 안됐습니다.
그래서 365일 운영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추가로 만들자고 생각한 것이 밀락더마켓입니다. 바다도 보고, 공연도 즐기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문화행사도 열 수 있는. 광안대교를 조망하면서 동시에 무대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도록 1~2층 단차를 활용해 계단식 극장 형태를 취했습니다. 전면은 유리로, 주 출입구는 건물의 뒷면에 둔 이유이죠.

건축과정에서 어려운 점이나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전면에 통유리를 설치하려고 했습니다. 조망을 극대화하고 싶었죠. 그러나 강한 바닷바람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유리를 쪼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고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 받아들였고, 덕분에 2년 전 태풍도 잘 이겨냈습니다.

 

ⓒYoon, Joonhwan
ⓒYoon, Joonhwan

 

낮과 밤이 다른 운영 프로그램

 

‘MTS(MILLAC THE SUBYEON)’라는 야시장 프로그램이 젊은 층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던데요.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처음부터 야시장 프로그램을 도입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2022년 7월 오픈할 때에는 부산의 지역색을 잘 표현하고 MZ세대가 좋아할만한 브랜드를 유치해 상설 마켓을 열고, 젊은 예술가들에게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게 목표였습니다. 텐동집, 사진관, 편집숍 등을 입점시키고, 버스킹을 한 이유죠. 물론 지금도 계속 좋은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MTS는 밀락더마켓의 집객이 밤시간에 많이 떨어지는 문제를 고민하던 중 부산에서 외식업을 운영하는 청년들과 함께 나이트마켓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야간 음주와 무질서가 이슈가 돼 수변공원 전체가 야외 음주가 금지되면서 자연스럽게 MTS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고, 훌륭한 상생 사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취재차 근처에서 1박하면서 야간에 MTS프로그램을 경험하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현장에 가봤거든요. 그 많은 인파는 어디로 가고, 밤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말 깨끗하게 치워져 있더라고요. 특별한 운영규칙이 있는 건가요?

MTS는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운영합니다. 청년들이 만든 로컬 F&B 브랜드들이 모여 부산을 재해석한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DJ 부스도 있어 MZ세대들이 좋아하는 트렌디한 노래에서부터, 추억을 소환하는 노래까지 있고요. 신나게 즐기고 뒷정리도 깔끔하게 하는 시민의식까지 더 해 활기를 띠고 있죠. 야간 운영을 맡은 지역청년들은 물론, 방문한 고객들도 모두 잘 협조해 줍니다. 운영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 광안리 해수욕장 외 주변상권까지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야간 프로그램인 ‘MTS’가 시작되자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BRIQUE Magazine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야경을 보며 방문객들이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있다. ©BRIQUE Magazine

 

주간에는 누가 오나요? 2층 공간의 운영 방향이나 목표를 설명해주세요.

주간 마켓은 오전 10시부터 엽니다. 보통 인근의 주민들이나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도 많이 찾습니다.
2층은 여러 브랜드들이 있는데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부산 지역의 브랜드만 들어와야 한다거나, 서울에서 인기 끄는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키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뻔하지 않으면서 고객들이 신선하게 느낄 수 있는 특색있는 브랜드들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밀락더마켓이 차츰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 다방면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Yoon, Joonhwan
©BRIQUE Magazine

 

로컬과 문화를 연결하다

 

밀락더마켓(광안리)과 더베이101(해운대), 그리고 올드트리마켓(다대포)까지 삼미가 추구하는 복합문화공간의 비전이 있다면요.

다시 찾는 부산을 만들고,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부산을 지속적으로 찾으려면 바다가 갖는 아름다움만 아니라, 느끼고, 맛보고, 체험하고,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의 이야기와 지역의 사람도 필요하고요.
밀락더마켓은 열린광장형 체험공간을 지향합니다. 사람과 사람, 아티스트와 관객, 음식과 소비자, 로컬과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죠. 버스킹 무대에서 동네주민 노래자랑도 열었고, 이 공간을 활용할 젊은 창작자를 지속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문화예술 콘텐츠를 계속 연결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거죠.

 

대도식당, 핑거스앤쳇, 베이커리앤델리, 싸이드커피 등 다양한 F&B 브랜드는 왜 운영하는지요?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부동산과 콘텐츠 개념입니다. 음식이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납니다. 대도식당의 60년 전통을 지켜내면서 현대식으로 개선해 더 많은 고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유통망과 매장을 혁신했습니다. 베이커리카페 역시 요즘 공간에 빠질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핑거스앤쳇은 어류를 활용한 다양한 식문화를 만들어보는 차원이고요.
F&B 자회사 보리에에는 ‘열정의 부엌’이라는 음식문화연구소가 있습니다.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음식문화를 연구해 독창적인 메뉴와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노력합니다.

 

대도식당 미국 LA점도 오픈하신 걸로 들었습니다.

네. 한국의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차원도 있고,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해외 부동산 개발과 함께 F&B를 같이 갖고 나갈 생각입니다. 한국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수출되는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지만 삼미 대표 ©sammi

 

미래를 향해 쏘다

 

해양레저 분야 사업은 어떻게 돼가나요?

광안리와 해운대를 연결해 다양한 해양레저 문화를 만드는 시도를 다각도로 했습니다. 요트 관광과 마리나 사업, 광안리와 해운대를 잇는 수상교통 사업도 정말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해안 개발에는 법적 규제가 많고, 환경 문제도 있어서 민간 기업만의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해야합니다. 광안리와 해운대를 가진 부산이 싱가포르처럼 문화와 레저, 비즈니스가 어우러진 세계적인 명품 도시가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저희도 부산의 토종기업으로서 함께 날개를 펼치고 싶습니다.

10년 뒤 삼미는 어떤 기업이 돼 있을까요?

큰 축은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부동산 개발과 문화콘텐츠를 연결하는 기업이 돼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해양레저 분야도 좋은 문화콘텐츠라 지속적으로 활로를 찾을 생각입니다. ‘더베이101’과 ‘밀락더마켓’ 등으로 쌓은 공간 기획과 운영 노하우가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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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서교동 카페 ‘콤파일Compile’ 황지원 대표
② 여주시 목공방 ‘수연목서’ 최수연 대표
③ 동대문구 단독주택 ‘죠죠하우스’ 김정민, 최지미 건축주
④ 춘천시 동네서점 ‘책방 바라타리아’ 강은영, 장남운 대표
⑤ 화성시 사립미술관 ‘소다미술관’ 장동선 관장
⑥ 부산 광안리 복합문화공간 ‘밀락더마켓’ 박지만 대표
⑦ 충청남도 예산군 정원 카페 ‘백설농부’ 권혁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