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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고택이 선사하는 오롯한 휴식

100년 고택이 선사하는 오롯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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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지연 사진. 김태진 제작지원. 완주문화재단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 같다. 고즈넉한 어느 산골짝 오래된 한옥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누려 보는 것. 세상의 온갖 잡음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

현대인의 이런 로망을 반영해 머무는 것을 여행 문화로 만들어 급부상한 시장이 바로 ‘스테이Stay’다. 그 중 한옥스테이는 공간의 차별성에 힘입어 관련 시장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팬데믹 시기에는 5성급 유명 브랜드 호텔의 인기를 넘어설 정도로 수요가 몰리면서 시기별로 예약 시점을 차등화하는 등 고객을 분산하는 방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2025년 현재 한옥스테이 시장은 큰 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예약률이 떨어지고, 수요가 줄어드니 가격도 하락 추세다.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한 공간 구성에 매력도는 낮아지고, 편의시설 부족으로 재방문율도 떨어졌다. 더욱이 최근 몇 년 새 시공비도 두 배 이상 상승해 신규 공급마저 줄었다.

위기에 옥석이 가려진다던가. 100년 넘은 고택을 이축해 남다른 체험 공간으로 만들고, 산 아래 식당 마을을 한옥 특화단지로 바꿔낸 지역 브랜드가 있다. 다도, 전시, 음악회, 웨딩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접목해 지역의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독보적인 전략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완주 ‘소양고택’이 그 주인공이다.

 

소양고택의 첫 객실 ‘혜온당’. 조선말기에 지어진 고택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BRIQUE Magazine

 

전주 KTX 역에서 완주 송광사 방향으로, 자동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벚나무 숲길 끄트머리에 한옥이 빼곡히 들어찬 마을이 나타난다. 완주군 소양면.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거슬러 온 것처럼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15년 전만 해도 등산객들이 찾는 음식점 몇몇이 자리 잡고 있던 조용한 산동네였다.

동네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고택을 이축(移築)해 한옥체험공간을 만든 민간 브랜드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빠르게 확장해 나가면서부터다. 공공에서는 이에 부응해 한옥숙박타운을 조성했고, 주변에는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할 또 다른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변화의 촉발점이 됐던 민간 브랜드 중 하나인 소양고택의 이문희 대표를 만나 치열했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100년 된 고택을 옮겨온 여일루. 당대 서예, 거문고 등 문화예술가들이 머무르며 교류했던 장소였다. ©BRIQUE Magazine
이문희 소양고택 대표 ©BRIQUE Magazine

 

첫 만남, 소양 + 고택

첫 시작이 궁금합니다. 완주가 고향이신지요?

아래 책 방이 있던 자리가 원래 40년 된 노포 식당이었습니다. 전주가 어머니 고향이고, 저도 어릴 때 전주에 잠깐 살아서 이곳에 와 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발효음식을 하세요. 저는 미술을 전공했고요. 그래서 함께 작업실 겸 스튜디오 만들 부지를 찾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15년이 넘었는데, 얼마 되지 않는 자금으로 충당하려다 보니 외곽의 산밑 마을까지 오게 됐어요. 갈대로 둘러싸인 저 식당 자리에서 바라본 종남산 전망이 제주 오름에서 바다를 보는 느낌처럼 강렬해 ‘여기다’ 싶었습니다. 무턱대고 마을 이장님을 찾아가 땅을 물색했죠. 보통 시골은 이장님이 부동산중개사 역할을 해요. 당시 노포 식당을 하시던 노부부는 안 파셔서 그 앞 땅을 사서 ‘해온당’을 오픈했고, 이후 식당을 그만두시면서 제게 넘기셔서 리노베이션해 지금의 책방 ‘플리커’가 됐죠. 감사할 따름이죠.

 

그렇다면 처음부터 고택을 하실 생각이 아니셨네요.

한옥을 지을 생각이었어요. 저는 자라면서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외할머니도 한옥에 사셨고, 친척 중에 건축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 한옥 공사 현장에도 몇 번 가봤어요. 서울에서 미술 공부할 때도 시간 날 때면 인사동에서 공예품을 둘러보고, 다도를 접했어요. 그래서 한옥을 지으려고 대목수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고택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 시간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켜켜이 쌓인 고목의 나이테와 색감은 복제할 수 없는 독창적인 것이라고.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고택으로 마음이 굳혀졌어요. 그래서 전국에 매물로 나온 고택이나 멸실 위기에 놓인 고택을 찾으러 안 가본 데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고택을 옮기고 운영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비용도 많이 들고.

그렇죠. 그래도 한옥은 조립식이라 이축이 가능해요. 원래 자리에서 해체해서 모두 옮겨와 그대로 재조립합니다. 하나라도 빠트리면 안 되죠. 그래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요. 당시에는 한옥을 신축하는 비용과 고택을 옮겨오는 비용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 지금은 둘 다 비용이 수 배가 올랐고, 남아 있는 고택 수도 많지 않고, 목수도 줄어 훨씬 어려워졌어요. 저희는 하나 옮겨와 운영해서 번 돈으로 땅을 사고 고택을 옮겨오고, 또 자금을 모아 땅을 사고 고택을 옮겨오고를 반복했습니다. 처음 400평으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운영 면적이 4,000평이 넘습니다.

유지관리에도 손이 많이 가요. 나무로 이뤄졌기 때문에 썩거나 병충해를 입지 않도록 늘 신경 써야 하고, 나무의 색감을 유지하기 위해 날마다 기둥과 창틀 등을 닦습니다. 직원 중에는 꽃과 정원을 가꾸는 플로리스트도 있어요.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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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하나 뿐인 경험

소양고택은 단순한 스테이가 아닌 것 같아요. 책방도 있고, 핫플이 된 카페도 있고, 결혼식도 여시더라고요.

네. 맞아요. 처음 혜온당 오픈할 때도 숙박부터 한 게 아니라 차담회를 열었어요. 우선 고택을 경험하고 알리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택의 공사 과정이 궁금해 오픈 전부터 많은 분들이 다녀간 만큼, 그런 분들과 소통하고 초기 예약은 그분들이 채워주셨어요.

또한 한두 객실 스테이만 운영해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숙박 이외에도 카페나 전시 공간 같은 부대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숙박만으로는 고객의 수요를 소화하기도 어렵고요. 2015년 문을 연 ‘두베’ 카페는 스테이에 머무르지 않지만, 정원과 전망을 누리는 쉼을 제공합니다. 전시나 음악회 같은 문화 행사도 열어요. 책방은 스테이 손님들이 객실에서 나와 쉬는 라운지 역할을 해요.

웨딩은 고택에서의 총체적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상품이에요. 스몰 웨딩을 원하시는 분들이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전체 8개의 객실을 모두 대관해 결혼식 전후로 1박 2일, 또는 2박 3일을 머무시면서 쉬다 가시기도 해요. 숙박, 결혼식 진행, 피로연까지 모두 가능합니다. 정말 세상에서 하나뿐인 경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합니다.

 

카페 ‘두베’ 앞 수정원. 주말에는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고객이 많다. ©BRIQUE Magazine
카페 내부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를 겸하고 있다. ©BRIQUE Magazine

 

그런 일을 누가 하나요? 전문 인력을 모두 갖추고 있나요?

물론 그런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려면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셰, 주방을 책임질 셰프, 결혼식 기획과 진행을 맡을 플래너 등 다양한 직군이 필요합니다. 상당수는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요, 프로젝트별로 외부 파트너들과 협업합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양고택의 지향점을 잘 알고 평소 서로 호흡을 꾸준히 맞춰온 팀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각자가 주 업무를 하고, 나머지 일들은 서로 배워서 나눠하기도 합니다. 고객은 이곳에서 공간뿐 아니라 식음료와 서비스까지 모두 통합해 만족감을 느끼니까요.

저 역시 한식 자격증도 땄고, 제과, 제빵, 커피까지 모두 배웠습니다. 메뉴 및 레시피 개발, 마케팅 전략 등을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냅니다. 지역에서 오래 함께 일하고 성장도 이뤄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거죠.

야외 행사가 열리는 정원 ©BRIQUE Magazine
지난 해 소양고택에서 열렸던 결혼식과 피로연 <사진 제공 = 소양고택>

 

창업, 그 고단한 길

 

30대 초에 창업에 도전하셨는데, 어려운 일 없으셨나요?

많았죠. 젊은 여자가 산골에 들어와서 집을 짓고, 공사를 하고, 장사를 하고, 사람을 불러 모으니 이상하게 보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워낙 손님이 몰리다보니 주차난도 심해 동네 분들께 민원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주차 시설도 빠르게 확충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주변에도 여러 가게가 늘고 새로운 상권이 생겼어요. 그러니 동네 분들도 나중에는 본인의 땅도 개발해 달라고 의뢰하기도 하셨어요. 덕분에 소양고택을 한옥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 공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당차신 것 같습니다. 투자를 받거나 공동 창업자가 있었나요?

제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어려서부터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컸습니다. 사실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로요. 그래서 외식업에 대해서도 경험이 많습니다.

대학생 때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할 시절이었는데,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창업 아이템이 막 떠오르더라고요. 사장님이 워낙 수완이 좋아 가게가 정말 잘 됐어요. 제겐 창업 멘토 같은 분이셨어요. 그래서 어머니를 호프집에 오시라고 해서 가게를 보여주며 한 쪽에서 제가 하고 싶은 창업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다 듣고 나서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제 꿈을 인정해주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어머니는 제 창업의 파트너였습니다. 지금까지도 소양고택의 재무, 회계를 봐주세요. 오빠들도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제가 여성이고 싱글이기도 하지만, 제가 워낙 열심히 하니까 주말이면 내려와 잔디도 깎아주고 허드렛 일도 맡아주셨어요. 주변 분들도 여러 네트워크를 연결해 줘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2010년에 사업자를 냈지만 아직 개인사업자예요. 투자를 받지 않았고 벌어가며 확장했습니다. 공동 창업자는 없지만, 사실 어머니나 오빠들, 친지들이 사업의 파트너나 다름 없어요.

 

대표님을 롤모델로 삼아 스테이를 창업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요. 들려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정말 어려운 얘기인데요. 창업은 정말 각자가 다른 배경과 다른 전개 과정, 스토리가 있을 수 밖에 없어요. 다만 한가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올 인all in(전력 투구) 할 수 있는가’예요. 창업은 계획대로 되지도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여러 변수도 만나고, 나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설렁설렁 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과연 이 사업에 모든 것을 걸고 집중할 수 있는가, 그럴만한 일인가, 그래도 될 아이템인가 등 자신의 내면부터 먼저 점검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쉽사리 권유하긴 어려워요.

 

투숙객들의 라운지 쉼터인 ‘플리커 책방’ ©BRIQUE Magazine
이문희 대표가 직접 큐레이션 한 책들도 많다. ©BRIQUE Magazine

 

100년 후 소양고택

 

소양고택은 어떤 모습으로,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고택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맞아요. 물론 잘 관리하고 잘 이어졌을 때에 말이죠. 고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의 시간들을 더 공유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채널이 많아 젊은층도 정말 많이 찾아옵니다.

한옥의 경험을 이어가며 완주라는 지역사회와 잘 연결해 문화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대표님의 10년 후도 궁금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소양고택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까지일까. 제가 없어도 소양고택이 돌아가야하지 않을까. 물론 직원들이 잘 해주고 있지만 이 고택의 가치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들어야겠다 싶더라고요.

10년 뒤에도 계속 소양고택 지기로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국의 고택문화를 이끄는 소양고택은 앞으로 100년을 충분히 더 이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창업자로서 당연한 생각 아닐까요.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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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한국관광공사의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육성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완주문화재단이 오는 9월 개최하는 ‘완주셀럽투어’를 통해 소양고택을 둘러보고 이문희 대표의 공간 창업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완주문화재단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