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집을 짓듯 고쳐온 7년의 기록
글. 석정화 자료. 에이치비 프레스 HB PRESS
필자가 서울에 올라온 지 2주도 안 된 시점에, 박찬용 저자를 직접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 누군가에게는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도 모를 그의 방식은, 오히려 시간을 들일수록 덜 헤매게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
‘서울의 어느 집’은 한 사람이 오래된 집을 고치며 겪은 경험을 통해, 개인의 주거 시공 과정과 도시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기록이 힘을 갖는 이유는 저자가 언제나 ‘몸으로 겪은 것’에서 글을 시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풍경이나 물건, 공간을 설명할 때도 그는 직접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본 것에 기초해 문장을 쌓는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독자는 마치 현장에서 시공 과정을 함께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개인의 집수리가 드러내는 도시의 구조
이 책의 중심에는 사실 하나가 자리한다. 개인의 집수리는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결국 도시가 만들어온 주거 구조를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마주한 여러 결함은 오래된 시공 관행과 비용 중심 구조, 임시 보수가 누적된 결과였다. 작은 타협들이 쌓여 하나의 집을 만들고, 그 누적은 결국 사용자의 삶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그 흐름을 가장 투명하게 보여준다.
단열은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사례다. 벽을 열었을 때 나타난 단열재의 끊김, 창 주변의 작은 틈은 모두 결로와 곰팡이, 열 손실로 이어졌다. 이는 특정 집의 고질병이 아니다. 빠른 일정과 비용 절감을 우선시해온 우리나라 시공 관행이 누적된 결과였다. 작은 단열의 틈 하나가 생활의 질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열 공정은 도시 주거 환경이 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배관 문제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누수는 하나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엔 과거의 임시 보수가 덧대어진 흔적이 있다. 그때그때 막아 둔 보수 자국은 결국 전체 시스템을 약하게 만든다. 저자는 배관의 재질과 길이, 연결 방식에 따라 문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몸으로 배워간다. 단 한 채의 집에서 도시 인프라의 시간과 누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한 셈이다.

벽지를 하나씩 벗겨 낼 때마다 계속 표정이 바뀌는 변검 인형처럼 처음 보는 벽지가 계속 나왔다. 집의 지층이라는 이름의 예술 작품 같아 잠깐 매료되기도 했다. (p.72)
창호 공정에서는 ‘몇 mm의 오차’가 실내 환경 전체를 좌우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창틀과 벽체 사이의 틈, 프레임의 가벼운 울림, 규격이 조금 다른 유리에서 생기는 온도차까지.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런 작은 오차는 소음·결로·열 손실로 이어졌다. 저자는 창 하나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구조의 결을 다시 읽어내며, 결국 좋은 시공은 구조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는다.
싱크대 아래 틈을 실리콘으로 적당히 채워둔 흔적, 배관을 가리기 위해 덧댄 몰딩, 벽 균열을 일시적으로 덮어둔 보수 흔적들. 이 작은 ‘임시 해결’들은 시간이 지나 하나의 큰 문제로 돌아온다. 집 곳곳에 남은 임시 보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주거의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님이 드러난다. 작은 타협들이 겹겹이 쌓여 결국 구조적 문제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집을 고친다는 것은 결국 도시를 이해하는 일
7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공사 기간이 아니다. 뜯고, 메우고, 다시 시도하는 반복 속에서 저자는 기술자를 이해하고, 공정의 흐름을 배우고, 공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감각을 쌓아갔다. 완성된 집은 마감의 결과가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며 쌓인 태도와 배움의 합에 가깝다. 공정을 이해하는 과정은 결국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 지를 다시 살피게 만든다.
‘서울의 어느 집’은 결국 한 사람이 집을 고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주거 시스템을 다시 보게 만드는 기록이다. 작은 결함과 누적된 흔적들은 도시가 집을 어떤 방식으로 지어왔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한 에디터의 집이라는 사적 공간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뒤에 놓인 주거 구조의 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현실을 따라가며, 지금의 도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도서명.
서울의 어느 집
출판사.
에이치비 프레스 HB PRESS
저자.
박찬용 @parcchanyong
분량.
372쪽
정가.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