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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건축’에서 짚어본 건축계의 일곱 가지 화두

‘문제적 건축’에서 짚어본 건축계의 일곱 가지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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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진 사진. 석정화 기획. 브리크편집팀 협력. 효형출판, (주)요즈음건축

 

[브리크 인사이트 토크]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하기까지 현장에는 도시와 공간, 사람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목소리가 교차합니다. 그 이야기 속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축의 진정한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브리크brique>는 올 한 해 격월로 진행하는 ‘브리크 인사이트 토크’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한자리에 모읍니다. 미학적 접근을 넘어, 한국 건축계가 마주한 실질적인 과제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다음의 건축을 함께 고민하는 담론의 자리입니다.

개별 프로젝트의 파편화된 경험이 유의미한 인사이트로 엮이는 이 대화의 기록이, 여러분에게 깊은 영감과 새로운 힘이 되길 바랍니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이 질문들은 우리 건축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더욱 뾰족하게 완성시켜 줄 것입니다.

닫힌 정답 대신 열린 질문으로, ‘요즈음 건축’의 지속 가능성을 묻다

지난 1월 22일 목요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연남장에서 ‘브리크 인사이트 토크: 문제적 건축’이 열렸다. 이번 토크는 ‘요즈음 건축가의 요즈음 고민’을 주제로 건축가 국형걸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국 교수는 지난해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을 맡았으며 ‘요즈음 건축 2.0’의 저자이자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설계와 시공의 영역을 넘어 전시, 연구, 비평 등 다양한 방식으로 건축의 외연을 확장해왔다.

‘브리크 인사이트 토크: 문제적 건축’ 포스터 ©BRIQUE Magazine

이번 인사이트 토크의 주제인 ‘문제적 건축’은 비판이나 고발이 아니라 지금의 조건을 질문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현장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질문으로 바꾸는 자리이다. 자리는 단일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오늘날 건축가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조건과 질문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로 기획했다. 강연과 사전 전시, 그리고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건축 교육과 시장 구조, 제도와 기술 등 동시대 건축을 둘러싼 문제들을 차분히 짚어 나갔다.

요즈음 건축가들의 요즈음 고민이 모이는 자리. 국형걸 교수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설계와 시공 현장의 이면을 설명하고 있다. 학생부터 현업 건축가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인 가운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문제적 건축’이라는 화두 아래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BRIQUE Magazine

사전 전시, 설계 바깥의 건축을 들여다보다

강연에 앞서 열린 전시는 국형걸 교수의 작업 궤적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구성으로 마련됐다. 전시는 ‘완성된 결과’보다 건축이 작동하는 과정과 맥락에 초점을 맞췄다. ‘요즈음 건축’ 시리즈를 출간한 효형출판의 가제본과 함께 그의 연구 자료집, 용역 보고서, 설계 관련 문서들이 전시되었다. 또한 통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영상 자료들도 함께 공개되었다. 건축가의 성취 뒤에 숨은 방대한 기록과 고민의 흔적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건축의 범위를 새롭게 인식하게 했다.

연구 자료집과 출판물을 살펴보는 독자들 ©BRIQUE Magazine
©BRIQUE Magazine

강연에서 모인 일곱 가지 질문

연사로 나선 국형걸 교수는 특유의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건축 교육이 배출하는 인력과 실제 시장의 수용 구조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짚으며, 이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우리가 처한 구조적 조건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현장의 문제를 또렷하게 인식하되 어느 한쪽을 공격적으로 몰아세우기보다, 한 개인으로서 겪은 체험을 공유하며 함께 생각해보자는 태도였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소규모 공모전과 1인 사무소의 풍경으로 이어졌다. 국 교수는 최근 늘어난 소규모 사무소들이 마주한 과도한 경쟁과 낮은 보상 체계를 언급하며, 이것이 건축가의 지속 가능한 실천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폈다. 특히 건축사 자격을 창의성의 증표라기보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자격으로 재정의하자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교육 현장의 ‘작가주의적 관성’이나 공공건축의 행정적 한계, 친환경 인증 제도의 모순을 짚을 때도 그는 해법을 강요하기보다 현상의 조건을 정교하게 분리해 보여주었다. AI 기술에 대해서도 개발자가 아닌 현명한 ‘사용자’로서의 판단력을 주문하며, 건축가가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차분히 설득해 나갔다.

©BRIQUE Magazine

 

강연 참석자들의 일곱 가지 핵심 질문 <정리=브리크편집팀>

번호 핵심 질문 논의의 출발점 핵심 쟁점
1 건축 교육과 시장 사이의 간극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건축 전공 인력은 유지되지만 시장의 수용 구조는 확장되지 않음 취업 경쟁 심화, 공모전 과열, 소규모 사무소 증가를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조건으로 볼 필요
2 공모전은 지금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1인 건축사·소규모 사무소 증가와 공모전 의존 구조 기회의 장이 아닌 소모적 관행으로 작동하는 공모전 구조와 지속 가능성의 문제
3 건축사 자격은 무엇을 보증하는가 자격과 건축의 질을 동일시하는 인식 자격은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며, 건축가의 역할과 역량은 더 다양한 층위로 나뉠 수 있음
4 모든 건축가는 ‘작가’여야 하는가 교육 현장에서 반복되는 작가주의 중심 스튜디오 문화 현실의 건축이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과 판단 능력이 교육에서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가
5 공공건축에서 설계의 권한과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행정·심의·정책 변화 속에서 변형되는 설계 설계의 결과를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보고 권한과 책임의 분산 구조를 이해할 필요
6 친환경 건축은 무엇을 목표로 설계되고 있는가 인증 기준 강화와 공간의 질 사이의 충돌 ‘인증을 위한 친환경’이 아닌 제도가 실제로 유도하는 방향에 대한 재점검 필요
7 건축가는 기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AI와 설계 도구의 확산

기술 개발자가 아니라 사용자로서, 도구가 설계의 어느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지 판단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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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나눈 질문 사이에 숨은 고민

질문은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신청 과정에서 받은 사전 질문과 현장 질문 시간은 이날의 백미였다. 객석에는 학생부터 시공사 대표, 현업 건축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였으나, 질문의 마이크를 쥐는 쪽은 대개 학생들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성장에 대한 갈증이 질문마다 묻어났다.

특히 뜨거웠던 키워드는 단연 ‘탈건(脫建)’이었다. 건축을 전공하면서도 건축가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국 교수는 선배이자 연구자로서 조언을 건넸다. 그는 ‘탈건’을 건축을 포기하는 퇴로가 아니라 건축적 사고방식을 유지한 채 다른 영역으로 문법을 확장하는 ‘해석의 이동’으로 정의했다. 건축은 단일한 경로가 아니라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의 언어일 뿐이며 정해진 정답을 찾기보다 각자가 설정한 관심사 안에서 자신만의 건축 지도를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위로 섞인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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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며

이번 인사이트 토크는 건축을 둘러싼 문제를 규정하거나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지금 어떤 질문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지를 드러내는 자리였다. 건축은 여전히 많은 조건 속에서 흔들리고 있지만, 국형걸 교수가 보여준 차분한 응시처럼 그 흔들림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기도 하다. 브리크 인사이트 토크는 앞으로도 현장의 문제를 질문으로 바꾸는 소통의 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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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명.
[브리크 인사이트 토크] 문제적 건축 Part1. 요즈음 건축가의 요즈음 고민

일시.
2026년 1월 22일 (목) 18:30 – 21:00

장소.
연남장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5길 22,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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