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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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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지연 자료. 다산북스, 경원동샵

 

“당신은 고객입니까? 시민입니까?”

 

다소 도발적인 이 질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 문장을 품은 책 ‘도시의 마음(김승수 저, 다산북스 펴냄)’과 저자가 궁금해 얼마 전 북토크가 열린 전주 원도심의 독립서점 ‘경원동샵’을 다녀왔다.

경원동샵은 책을 파는 일반 서점과 달리, 서점주는 책장을 임대해주고, 책장을 임차한 책장주가 본인이 고른 책을 파는 공유형 커뮤니티 서점이다. 물론 실제 운영과 판매는 서점이 대행하기 때문에 책장주가 자리를 지킬 필요는 없다. 그래서 평소 서점을 운영하고 싶었거나, 전주에 거주하지 않지만 전주와 인연을 맺고 싶은 이들이 주로 책장주로 참여한다. 북토크, 반상회 등 커뮤니티 행사에도 참석해 책장주들은 전주의 관계인구가 되어간다.

김승수 저자의 신간 ‘도시의 마음’ <이미지 제공 = 다산북스>

 

서점의 취지와도 찰떡궁합인 책이어서인지 몰라도, 현장에는 지역 재생과 공공 건축, 도시 행정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이 참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시민의 삶과 영혼을 치유하는 도시 디자인’에 천착해 25년간 공공 정책과 행정 일선에서 수 많은 혁신적 시도와 성과를 이뤄냈다.

그는 전주시장에 재임하던 8년간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전주 곳곳에 도서관과 책 놀이터를 조성하고 작가들을 지원했다. 독서율을 높이고 지역 상인과 상생하는 제도를 신설했으며, 시민들이 책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고자 애썼다. 도시가 시민을 위로하고 환대하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특별한 자격 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공 도서관의 확충이라고 봤다.

 

전주 독립서점 ‘경원동샵’에서 지난 6월 24일 열린 ‘도시의 마음’ 북토크 <사진 제공 = 경원동샵>

 

책에는 전주의 여러 도서관 설립 과정과 차별화된 운영 내용이 담겼다. ‘한옥마을 도서관’은 다채롭고 톡톡 튀는 책 큐레이션을 통해 시민들을 새로운 삶으로 안내하고, ‘책기둥 도서관’은 전주시청 1층에 위치해 공공 장소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어준다. ‘서학예술마을 도서관’은 동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누구나 모여 마음껏 노닥거릴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에게는 ‘책놀이터’, ‘생태놀이터’, ‘예술놀이터’를 만들어줘 그들도 시민임을 상냥하게 가르쳐준다. 아이들은 책, 자연, 예술이라는 놀잇감으로 놀이를 통해 세계를 넓혀간다.

얼핏 보면 이 책이 도서관 건축 사례집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지만, 저자는 책에서 그 하나하나의 공간에 어떤 마음을 집중해,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설계 도면’ 아니고, ‘마음’ 말이다.

<이미지 제공 = 다산북스>
<이미지 제공 = 다산북스>

 

“조건 없이 환대하는 도시, 자격이 필요 없는 도시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도시가 시민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오랫동안 고민한 저자의 탐색 과정과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도시란 단순히 우리가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가 제공하는 공공 장소와 시민이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때, 시민이 도시와 연결되고 비로소 시민으로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 도서관을 짓든, 놀이터를 짓든, 공원을 짓든 시민을 사랑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야 시민들의 삶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그가 ‘인간다운 도시’를 위해 찾아낸 ‘도시의 마음’이다.

 

최근 개관한 전주 아중호수도서관. 호수를 바라보며 음악까지 들을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저자가 전주시장 재임 당시 수립한 특화도서관 정책의 일환으로 건립됐다. ©BRIQUE Magazine

 

북토크에서 한 참석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 자칫 오해받기도 쉬운 상황에서 이 책을 발간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저자는 “이 책은 나 혼자만의 책이 아니라 전주라는 도시에 마음을 담기 위해 함께 했던 사람들의 기록”이라면서 후속 출간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시민이 도시의 환대를 조건 없이 누리기 위해서는 도시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관점과 안목의 깊이를 키워야한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돈을 내야만 환대를 받는 고객이 아니라, 관점과 안목을 가진 시민으로서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한다는 그의 말이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내내 마음을 울렸다.


도서명.
도시의 마음

저자.
김승수

출판사.
다산북스

판형 및 분량.
145 × 210mm, 388쪽

정가.
1만 8,800원

참고.
www.dasanboo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