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쳐가는 순간들로 커피를 알아가는 공간
글 & 사진. 김태진
우연한 초대, 우연한 발견
첫 만남에서 상대방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는 것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사람에게서 분명한 매력을 발견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공간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빈브라더스의 초대를 받아 상수동에 오픈한 커피하우스를 다녀왔다. 업무의 연장선에 놓인 자리였지만 커피하우스에서 보낸 시간 동안 계속 머물고 싶은 편안함을 느꼈고, 그 마음의 동요가 이 글의 원천이 됐다. 편안했던 이유가 뭘까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첫 방문 이후 개인적으로 두 번을 더 찾았다.

커피브랜드 ‘빈브라더스’가 지난 3월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에 ‘커피하우스 서울’을 오픈했다. 빈브라더스는 2014년 합정점을 시작으로, 여러 곳에 매장을 오픈하는 동안 오피스와 카페를 분리해 운영해 왔다. 이번 상수동 공간은 카페와 오피스를 통합, ‘커피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그동안 여러 경험을 통해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공간은 인테리어, 차경 등 ‘공간’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그곳을 채우는 ‘사람’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만드는 에너지였던 것 같다.
커피하우스 서울은 직관적인 한강의 풍경을 공간의 밑그림으로 삼는다. 밤섬과 서강대교,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6, 7층과 루프탑 공간에 자리하고 있어, 공간에 들어서면 정교한 공간 디자인과 직관적인 한강 뷰가 우선 눈에 띈다. 그러나 공간은 직관적인 풍경을 활용할 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는다. 공간을 즐기고 난 후 고개를 들어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껏 좋은 원두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쌓아 올린 브랜드 노하우와 이를 감도 높게 전달해 줄 바리스타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공간을 바라보며 앉아 있기
공간은 7층 테이블 라운지와 6층 커피 바, 루프탑으로 분리되어 운영된다. 6층과 7층은 각각 바리스타가 상주해 개별적으로 커피 주문이 가능하다. 이해를 돕기위해 스타벅스로 예를들자면, 두 층에 스타벅스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함께 있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두 공간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으며, 손님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7층으로 진입해 6층과 루프탑에 접근할 수 있다.
우선 7층 테이블 라운지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높은 천장과 통창, 그 너머로 보이는 한강의 풍경이다. 여의도의 스카이라인, 서강대교, 그리고 강변북로를 달리는 차들의 움직임이 한 폭의 그림처럼 시선을 끈다. 우연히 자리에서 ‘여기, 외국 같다’라던 어떤 손님의 감탄사를 들었는데, 그의 말처럼 이 공간에 앉아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여행자가 된 듯한 여유로움이 스며든다. 왠지 서강대교와 강변북로 위에서 퇴근을 서두르는 이들의 질주조차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긋하게 보이는 것은 공간이 주는 여유 때문일 것이다.


시선을 돌리면 세심하게 선별된 빈티지 가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 시대의 미감이 다양하게 표현된 빈티지 가구들이 만들어내는 조금씩 다른 선(Line)이 한강의 잔물결과 닮아 눈이 즐겁다. 각지거나 둥근 형태의 가구가 만드는 독특한 조합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섬처럼 놓인 화분들의 초록빛이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마치 바둑기사가 신중하게 두어 놓은 바둑돌처럼 정교해 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6층 커피 바는 바리스타의 커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바의 중심을 따라 각지게 배치된 좌석은 약 스무 명이 앉을 수 있으며, 주변에 시야를 막는 조형물 없이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사람을 관찰하며 머물기
또 다른 공간의 힘은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다. 빈브라더스는 ‘Your personal coffee guide’라는 슬로건으로 줄곧 바리스타와 손님이 커피로 교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작은 언어의 차이가 브랜드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언어를 살펴보면 커피의 품질만큼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 ‘바리스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커피를 어떻게 손님에게 잘 전달해 줄 것인가에 대해 내놓은 그들의 대답은 브랜드와 함께하는 사람이다.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서울은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커피에 대해 알고 싶어지게 만든다. 오랜 시간 앉아 지켜보면서 직원 간의 대화,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에서 성심을 다하는 태도가 진솔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넓은 바와 관련있지 않을까 추측해보았는데, 소위 핫플로 불리는 카페에 방문해보면 의외로 바리스타의 공간인 바가 좁은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최대한 많은 좌석수를 확보하기 위해 바 공간을 최소화하던 것은 문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카페라는 공간의 주체를 손님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7층 테이블 라운지는 바리스타를 위한 넓은 바가 마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카페에서 일하게 되면 바의 구성원이 많은 업무를 순간적으로 나눠 처리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주문과 서빙, 커피 제조와 각종 집기류 정리 등을 팀 단위로 순발력있게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바가 좁으면 일하면서 동선 얽힘이 반복되면 미세한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그 부정적 에너지가 손님을 응대할 때 무의식적으로 삐져나오는 경우가 있다. 넓은 바는 바리스타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충분히 줄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소하지만 이처럼 확실한 배려는 공간이 구성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된다.

6층 손님들은 바에서 자연스럽게 바리스타와 가까이 소통하며 커피의 관능적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가져갈 수 있다.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고 동시에 설명도 들으며 맛의 빈공간을 채울 수 있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며 손님과 나누는 자연스러운 대화는 커피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이 곳에서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이 공간이 갖고 있는 사람의 힘일 것이고, 내게는 다시 찾고 싶은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