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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건축과 부드러운 버터, 그리고 건축가

딱딱한 건축과 부드러운 버터, 그리고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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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김태진 자료. 아키텍츠 버터 Architects Butter

 

[다르게 짓는 건축가] 건축의 경계가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도시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공간을 열고, 어떤 이는 도시 투어를 기획하거나 발 빠르게 공간에 다녀와 소셜미디어(SNS)에 기록하기도 하죠. 건축가는 이제 도면과 설계를 넘어 사람과 건축, 나아가 도시와 관계 맺는 일을 건축의 일부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경계에서 건축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발견했는지, 그것이 ‘건축하는 일’과 어떤 관계를 맺는 지를 살피는 과정입니다. 작은 가게, 커뮤니티, 새로운 미디어가 건축의 또 다른 얼굴이 될 수 있는지 여러분도 함께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
① 도시의 경계에서 공공성을 짓다 −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도만사, 조영하’
② 도면 밖으로 나온 건축 커뮤니케이터 − 건축ㆍ공간 인플루언서 ‘공간교과서, 진세인’
③ 딱딱한 건축과 부드러운 버터, 그리고 건축가 − 건축가의 버터 가게 ‘아키텍츠 버터, 위원우’


‘건축가’라는 직업은 어딘가 단단한 세계에 속한 일처럼 보인다. 단단한 구조물을 결과로 만드는 직업이기 때문일까. 도면과 구조, 법규와 책임 등 묵직한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건축가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건축‘사士’라고도 불린다. 그래서인지 이 직업은 일상과 거리가 있는 묵직함이 전해진다.

그런데 만약 건축가가 가로의 1층, 도시의 일상 공간에 조금 ‘가벼운’ 가게를 연다면 어떨까. 도면 대신 진열대를 고민하고, 구조 계산 대신 오늘의 손님을 맞이하며 도시의 일상 한가운데서 하루를 시작한다면 건축이라는 일은 어떤 얼굴을 갖게 될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에 자리한 ‘아키텍츠 버터Architects Butter’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 작은 가게다. 이곳은 건축가의 또 다른 취미나 일시적인 사이드 프로젝트도 아닌 생활전선에 놓인 가게이다.

제이와이아키텍츠(JYA-RCHITECTS)의 위원우 팀장이 직접 운영하는 이 공간은 건축이라는 직업이 설계와 시공을 넘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 지를 묻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실험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건축가가 만든 가게가 아니라 가게라는 형식으로 다시 질문되는 ‘건축가의 일’을 따라가 본다.

 

아직은 재개발의 여파가 뻗치지 못한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골목은 옛 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BRIQUE Magazine

 

 

사무소 옆 작은 창고에서 시작된 실험

 

건축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버터 가게라니 흥미롭습니다. 아키텍츠 버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아키텍츠 버터는 제이와이아키텍츠 사옥 근처에 방치되어 있던 자재실에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보자는 소장님들의 제안에서 출발했어요.

버터는 건축설계를 하면서도 관심이 많은 영역이었어요. 저는 버터 뿐만 아니라 요리에 관심이 많아요. 평소에 사무소 직원들을 위해 요리를 해주기도 했고, 소장님들도 저의 이런 모습을 알고 계셨어요. 예컨대 회식할 때 소장님이 “나중에 너 뭐 할 거야?”라고 물으면, 저는 “예전부터 요리를 하고 싶었어요”라고 주로 답했고, 소장님들은 제 이야기를 흥미로워했어요. 그분들도 설계 이외의 방향을 여러 가지로 구상하셨던 적이 있으니, 자연스레 저의 방향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 나누던 게 현실화된 거죠.

아키텍츠 버터의 위원우 사장님. 직접 만든 버터를 보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온다. ©BRIQUE Magazine

 

소장님들이 원우 씨의 방향에 힘을 실어준 모습입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매장 오픈은 혼자서 시도하기 어렵잖아요. 다행히 소장님들은 새로운 시도에 열려있었고, 저도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왔으니 그동안 다양한 이야기가 축적되는 시간이 많았던 점도 있었어요.

소장님들은 예전에 출판사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실제로 구체적인 준비도 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제이와이아키텍츠가 준공한 건물 1층 상가를 두고 “네가 직접 한번 해볼래?”라며 제안 주신 적도 있는데, 그때는 맞지 않아서 진행하지 못했어요. 워크숍에 가면 ‘요리’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요. 작은 시도에 그쳤지만 그래도 소장님들이 응원은 많이 해주셨어요.

 

불황의 시기가 맞물리면서 ‘못 해봤던 것들’을 시도하게 된 점도 있을까요?

반은 맞고 반은 아닌 이야기예요. 저희는 코로나 이전에도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거든요. 오히려 2020~2021년처럼 일이 많을 때는 자금 여유가 있으니까 더 적극적으로 준비하기도 했어요. 다만 일이 많은 만큼 건축만 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인지라 실현할 수 없었죠.

반은 맞다고 하는 부분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요즘의 상황 속에서, 예전부터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목표를 현실화해 보려는 지점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버터 말고도 논의됐던 아이디어가 있었나요?

있었어요. 저는 원래 미트볼을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고, 소장님은 카페를 해보고 싶어 하셨어요. 홍제동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사옥 1층을 카페로 운용하고, 2~3층을 사무소로 쓰고 싶어하셨거든요.

이 공간을 어떻게 쓸지 방향을 잡을 때, ‘우리의 삶과 밀접한 기능을 담아보자’는 데에 의견이 모였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소장님은 “관심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운영은 제가 맡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됐어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지금의 형태가 결정되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아키텍츠 버터는 소장님이 이 동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착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사업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보다 조금은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고요. 정확히 어떤 마음인지는 저도 다 알 수 없지만, 그런 태도가 이 공간을 여기까지 끌고 온 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설계 도면 형식으로 풀어본 아홉 가지 버터 소개가 가게 벽면에 붙어 있다. ©BRIQUE Magazine
그린버터. ‘딜, 파슬리, 로즈마리’ 세 가지의 향긋한 허브와 상큼한 레몬이 들어간 버터이다. 버터의 묵직함과 허브와 레몬의 가벼운 상큼함이 조화를 이룬다. ©BRIQUE Magazine
콘크리트 버터. 블랙 트러플 슬라이스, 화이트 트러플 오일, 통들깨가 조화를 이루는 버터이다. 알덴테로 삶은 파스타 면에 큼직하게 콘크리트 버터를 넣고 휘휘 섞어만 주면, 세상에서 제일 간단한 ‘트러플 들깨 파스타’를 완성할 수 있다. ©BRIQUE Magazine

 

설계도 대신 레시피를 펼친 건축가

원우 씨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설계하시기도 바빴을 텐데 버터는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저는 원래 학교 다닐 때부터 ‘이런 거 저런 거 팔아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여행을 가든 맛있는 걸 먹으러 가든 한국에 없는 것들을 보면, ‘이런 걸 한국 시장에 들고가면 먹힐까’ ‘여기서는 이 아이템이 왜 먹힐까’ 같은 고민을 계속해 왔어요. 제 나름대로 판단해 보는 취미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나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고민도 했어요.

버터는 오래 전 프랑스를 여행하며 보르디에 유자 버터를 접했을 때, 버터에 맛을 더하는 데서 오는 매력을 크게 느꼈어요. 이 아이디어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3년 전 영국의 크레이터이자 셰프 ‘토마스 스트래커Thomas Straker’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우연히 접하고, 그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죠. 이후 영국 여행에서 그의 식당을 직접 방문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했어요.

건축을 전공하던 시기부터 다른 경로에 대한 고민을 해오셨나요?

그건 아니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찾다 보니 그 지점에 그런 관심이 있었던 거예요. 건축은 건축대로 좋아했으니까 건축 일을 계속했지만, 일을 하면서도 여행을 가면 늘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BRIQUE Magazine

 

건축에서 충족되지 못한 게 있어서 다른 시도를 하게 된 건가요?

그런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건축 하나만으로 ‘성공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학생 때부터 많이 생각했어요. ‘나중에 사무소를 열면 잘 되겠지’ 같은 낙관적인 기대를 크게 품고 있지는 않았고요. 오히려 한 가지 무기를 더 가진 사람이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봤어요.

건축은 넓게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의 삶과 접점이 있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건축을 잘한다는 건 어떤 일을 하든 하나의 강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건축만 잘해서는 경쟁력이 약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건 실무에 와서 더 절실하게 느꼈어요. 선배들의 모습이나 산업 구조를 보면서 그런 고민을 더 구체적으로 하게 됐죠. 학생 때는 막연히 ‘거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학년이 올라가면 ‘내 이름으로 사무소를 열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상상하게 되잖아요. 졸업 작품까지 설계에 집중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고요.

그런데 저는 그 사이에 있는 ‘회색지대’를 계속 의식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일을 완전히 놓지는 않되, 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지점은 스스로 예민하게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해왔어요.

아키텍츠버터는 JYA아키텍츠 사옥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만복 이발관’과 ‘호남누수’와 함께 자연스럽게 골목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BRIQUE Magazine

 

버터와 건축의 관계

건축과 버터는 서로 어떤 영감을 주고 받나요?

아무래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출발점이 자연스럽게 ‘공간’이나 ‘재료’ 쪽에 머무는 것 같아요. 버터의 맛을 개발할 때도 단순히 음식으로만 생각하기보다 어떤 질감이고 어떤 분위기인지 어떤 장면에 어울리는 지부터 상상하게 돼요.

예를 들어 오렌지와 시나몬 버터를 만들 때는 그 향과 온도가 나무라는 재료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그 ‘나무의 느낌’이 다시 맛의 방향을 조정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고요. 맛을 건축 재료처럼 하나의 ‘물성’으로 다루는 셈이죠.

이런 생각은 공간에서도 이어졌어요. 메뉴판을 건축 도면처럼 구성했어요. 최근 인천 롯데백화점 팝업에서는 시식용 버터를 건물 모양으로 잘라 제공하기도 했어요. 저희 사무실에서 실제로 설계했던 박공 지붕 형태를 본떠 만든 버터였는데, 고객들이 훨씬 직관적으로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집 모양의 버터를 판매하는 것도 계속 고민 중이고요.

결국 건축과 버터는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이지만 ‘형태, 물성, 분위기’를 다루는 방식에서는 닮아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단순히 재료 이름을 붙이는 수준을 넘어서 공간을 만들 듯 버터의 성격과 장면을 함께 설계해보려 해요.

주변 건축가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었을 테고, 멋진 시도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많았을 것 같아요.

다들 흥미로워하시는 분위기에요. 대체로 응원을 해주십니다. 워낙 건설 경기가 얼어붙은 탓에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설계사무소는 늘어나고 있지만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들에게 새로운 자극도 되고 동기부여도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좀 더 피부로 와닿는건 아무래도 건축학과 학생들의 반응이에요. 가게를 홍보하는 매체가 아무래도 SNS이다보니 학생들이 가게에 대해 좀 더 흥미로워하는 것 같고 실제로 구매로 이어져요.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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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만드는 버터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결국 음식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그 기준이 이 공간의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나요?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맛이에요. 음식을 판매하는 이상, 맛은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건축이라는 배경과 무관하게 저희가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 다음은 손님들에게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주었으면 해요. 단순히 버터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공간이 아니라 이 가게가 동네 주민들이 건축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요. 손님들이 원하면 버터를 맛보고 사무실에서 프로젝트도 함께 볼 수 있어요. 건축을 보다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그 문턱을 낮추는 것이 이 공간이 가진 또 하나의 철학이에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JYA아키텍츠와의 협업(?)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클라이언트 미팅 때 버터를 챙겨간다던지요.

건축주들 미팅 때 버터를 선물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요. 이후에 재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구요.

사실 좀 더 국소적으로 보면 다양한 협업들이 있어요. 설계사무소라는게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능력으로만 굴러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매월 진행하는 ‘월간 버터’ 행사 때는 직원들의 디자인 능력이 도움이 되고, 바로 옆에 저희가 직접 설계한 쾌적한 사옥이 있다는 것 역시 JYA의 공간을 사용하는 협업의 일종이라고 보구요. 최근에 진행했던 롯데백화점 팝업스토어의 공간 디자인 역시 건축사사무소 소속이다보니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사무소 입장에서도 ‘상공간’을 오픈하고 운영해봤다는 게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잖아요.

직접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변화는 느껴져요. 특히 근린생활시설이나 숙박시설을 설계하면서 1층 공간을 직접 운영해보고 싶은 분들은 아키텍츠 버터에 대해 흥미롭게 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미팅 오시는 분들이 들러서 버터를 사서 드시기도 하고, 가게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기도 하고요.

그 순간 만큼은 건축가와 건축주라기보다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사업자처럼 대화가 이어질 때도 있어요. 그런 경험 자체가 저희 사무소가 공간을 설계하는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운영까지 해본 팀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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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설계하는 방식

 

지난해 3월에는 가게 앞 골목에서 플리마켓도 여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동네 주민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의외로 정말 잘 돼서 많이 놀랐어요. 준비해 간 버터도 완판했고요. 홍보 채널이 많지 않아서 인스타그램이랑 당근마켓 정도에만 알렸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그동안 저희 버터를 구매하신 손님들이 마켓에 찾아오셔서 맛있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고요. 저희에게는 처음으로 다수의 대중에게 직접 평가를 받아본 자리였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어요. 평소 가게에 오시는 두세 분의 손님이나 온라인 판매와는 또 다른 경험이었죠. 동네 분들의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편인데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더 신기했고요.

건축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버터 가게라는 점 자체가 주민들께는 신선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건축사무소가 왜 버터를 하지?’라고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흥미롭고 매력적인 시도라고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계세요.

홍제동에 저희 사옥이 들어선 이후로 예전부터 사무실에 대해 막연한 궁금증을 갖고 계시던 분들이 가게를 계기로 더 쉽게 찾아오시고, 친숙하게 느끼시는 효과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버터를 시식하고 사 가시기도 하지만 그동안 길을 지나며 느꼈던 사무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아키텍츠 버터 플리마켓 전경 <사진 제공 = Architects Butter>
<사진 제공 = Architects Butter>

‘보드게임 나잇’에서 다른 직원들이 행사 진행을 함께 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무소 직원들은 이런 행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운이 좋게도 사무실 직원들은 대체로 이런 행사 기획과 참여에 흥미를 보여요. 지난해 8월 열었던 ‘보드게임 나잇’은 회사 안에서 보드게임을 즐기던 한 직원의 주도로 점심시간마다 함께 게임을 하던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했어요. 내부 곳곳에 마련된 게임장 테이블마다 자연스럽게 동네 분들이 어울려 놀았죠. 그 모습을 본 직원들 역시 큰 보람을 느꼈어요. 소장님들 또한 플리마켓부터 보드게임 나잇까지, 사무실 공간을 행사에 활용하는 데 매우 긍정적이었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십니다.

무엇보다도 함께해 준 직원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준비할 것이 많았고 저 역시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 많아 놓치는 부분도 있었는데, 주말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즐겁게 참여해요.

그들이 행사를 단순한 업무로 받아들였다기보다 건축이라는 본업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함께 경험해 본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느낀 분들도 있었어요. 어떤 분들은 행사가 그 자체로 재미있어서 참여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그런 마음으로 함께해 준 것 자체가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감사함입니다.

<사진 제공 = Architects Butter>
<사진 제공 = Architects Butter>

다음 행사도 준비 중이신가요?

원래는 크리스마스 파티나 할로윈 행사도 준비하려 했어요. 그런데 백화점 팝업이라는 큰 일정이 겹치면서 이번에는 진행하지 못했어요. 올해는 다시 차근차근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아이템은 계속 고민 중이에요. 예를 들면 건축 영화를 상영하고 소장님이 큐레이션을 하는 방식도 생각해봤고요. 사옥이 3층으로 나뉘어 있으니,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와서 1층에 아이를 두고 층마다 연령대에 맞는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도 구상해봤어요.

행사를 하면 어떤 것들이 남나요?

건축만 해서는 알기 어려운 ‘경험’이 남아요. 동네 주민들이 부담 없이 놀러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 자체가 굉장히 뜻깊습니다. 수익은 대부분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에 가깝고요. 이 행사의 지향점이 ‘돈’만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 건축사사무소에 일 때문에 방문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오래 머물며 논 적은 처음이었어요. 그 공간 안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도 신기했고, 남의 사무실에 놀러 온 느낌도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바로 그런 경험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키텍츠 버터의 포스터는 JYA아키텍츠 내부 직원의 결과물이다.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작은 디자인이었지만,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완성했다는 경험은 작업자에게 소소한 기쁨으로 남지 않을까. <이미지 제공 = Architects Butter>
<이미지 제공 = Architects Butter>

앞으로 아키텍츠 버터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으신가요?

버터를 선택한 이유는 활용도가 정말 크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냥 먹어도 되고, 조리에 쓰일 수도 있고, 마지막에 향을 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주재료가 되기도 하고 부재료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이 버터를 활용한 요리를 파는 식당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그게 손님들에게 버터를 가장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은 더 큰 공간도 필요하고, 투자금도 필요하고, 제 개인적인 역량도 아직은 더 쌓아야 하는 단계라서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아직은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을 계속 염두에 두고 나아가려고요.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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