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스타일 유니콘’을 향한 대장정
에디터. 정지연, 김리오 사진. 김리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다수의 오스카상을 수상하게 된 봉준호 감독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밝힌 소감의 한 대목이다. 그가 영화인으로서 한길을 걸어오는데 중심을 잡아줬다는 이 문장은 영화계 원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자신의 영화관을 이처럼 피력하면서 유명해졌다. 마침 시상식 참관을 위해 현장에 함께한 스콜세지 감독에게 봉 감독이 이 문장을 인용하며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전세계는 매너와 위풍까지 갖춘 그와 한국 영화계의 경쟁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작지만 창의적인 것이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전 분야를 휩쓸며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면서 작아도 원천적인 것, 지역성이 담긴 고유한 것 찾기에 전세계가 골몰하고 있다. 변방에서 세계 무대의 한가운데 오른 한국 영화와 K팝 같은 문화콘텐츠 뿐만 아니라, 의식주와 연관된 라이프스타일 분야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고유성을 잘 접목한다면 글로벌 유니콘을 배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하는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은 기업가정신과 장인정신을 갖추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가진 소상공인을 발굴해 강한 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지금은 작지만 큰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의지와 비전이 있는 떡잎을 골라 키우겠다는 의미이다.


성장을 위한 첫걸음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은 △새로운 콘텐츠를 접목해 의식주 기반 혁신을 선도하는 ‘라이프스타일 유형’ △지역성을 살린 아이템과 콘텐츠로 지역 대표기업으로 성장하는 ‘로컬브랜드 유형’ △전통성과 가치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혁신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장수소상공인 유형’ △온라인 유통에 최적화한 ‘온라인 셀러 유형’ △수출과 해외 진출에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 ‘글로벌 유형’ 등 3개 트랙, 5가지 유형에서 후보 기업을 발굴해 성장단계에 맞는 지원으로 경쟁력을 높이도록 돕는다.
성장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에 선정된 소상공인은 함께 할 파트너를 매칭해 팀을 구성하고,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와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 멘토링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공개 오디션 피칭을 통과하면 사업화를 위한 자금을 지원 받고, 국내외 전시회 참가 등 판로 개척에도 도움을 받는다. 사업의 규모를 키우고자 하는 소상공인에게는 투자와 융자의 기회도 연결해준다.
소상공인의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들만 핀셋으로 쏙쏙 골라낸 듯한 이 사업은 올해로 4년차를 맞으면서 세부 프로그램이 보강되고, 운영시스템이 한층 더 안정화됐다.
‘트랙Ⅰ’ 라이프스타일 유형 주관 운영기관인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서류평가 선정 기업을 최근 확정하면서 10개월에 걸친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4월 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 후보 소상공인들과 파트너사 대표를 초대해 사전 네트워킹 행사와 오리엔테이션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라이프스타일 유형 서류 심사를 통과한 소상공인들과 이들과 협업에 나설 파트너사, 기조 강연과 멘토링,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맡은 관계자와 전문가, 선배 기업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오리엔테이션과 기조 강연 △그룹별 네트워킹과 멘토링, 사업기획 고도화 워크숍 △오디션 대비 IR피칭 교육 등 소상공인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열정에 불을 붙이다
오리엔테이션은 사업 운영 주관기관인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오득창 대표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오 대표는 “열정을 가진 여러분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성장을 도와줄 여러분들을 모셨다”면서 “혼자가 아니라 서로 연결하고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유형 운영협력기관인 로컬브랜드포럼(LBF) 고선영 이사장(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30명 후보들에게 감사와 축하의 말을 전한다”면서 “요즘은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이 공간과 상품, 서비스화되면서 브랜드로 발전하고 더 나은 도시를 만든다. 여러분이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주역이 돼 멋진 서사를 만들고 좋은 기업가로 성장하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사업의 실무를 총괄하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이준구 본부장은 올해 사업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강한 소상공인 사업은 사업화 자금을 일회적으로 드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성장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돕는 게 목표”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양한 기회를 잘 활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소상공인들에게 브랜딩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브랜드 리빌딩’ △선배 기업 방문과 네트워킹을 위한 ‘리더스 캠프’를 진행하는 한편, 올해는 △선정자들의 직접적인 판로개척과 매출 확대를 위해 대형 유통 플랫폼과 공동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브릿지 온’ △선정자들의 브랜드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서게 되는 ‘플래그십 스토어’ △선배 선정기업도 참여하는 ‘홈커밍데이’ 등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선배 기업들의 경험과 교훈을 공유하는 강연 자리도 마련됐다.
‘여행에 미치다’를 이끌고 있는 조병관 대표는 배낭여행자에서 배낭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운영자, 창업과 성장, 대표를 맡기까지의 긴 여정을 소개했다. 조 대표는 “고객의 요구와 피드백에 집중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이어줄 크리에이터와의 관계”라며 “그들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좋은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라이프스타일 유형 최우수상을 수상한 허재경 뮤지쿠스 대표는 자신의 창업 및 사업화 과정과 선험자로서의 느꼈던 점들을 공유했다. 허 대표는 “사업 수행과정에서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투입돼 힘든 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이 너무 좋았고 사업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면 좋은 경험과 가치를 얻어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소상공인과 파트너, 멘토와 멘티로 머리를 맞대다
그룹별 역량강화 프로그램은 참가 소상공인이 협업이 필요한 부분의 파트너를 찾고, 사업에 부족한 부분의 자문을 구하는 그룹 멘토링으로 진행됐다.
올해 사업에서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소상공인과 파트너사의 매칭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올해는 실질적인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비대칭 매칭 방식에 더해 오프라인 매칭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날 행사에는 디자인, 개발, 마케팅 등 기업 성장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사가 참석했다. 소상공인과 소상공인, 소상공인과 창작자,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등 3부문으로 나눠 서로 소통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파트너를 찾았다. 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보완하는 과정은, 사업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선배 기업과 분야별 전문가 15명 참석한 멘토링 세션도 큰 인기를 모았다. 사전 신청 과정에서 마감이 된 세션도 많았고, 현장 참석도 다수가 이뤄졌다.
지난해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에서 통합우수상을 받은 주식회사 이너프유, 라이프스타일 유형 최우수상을 받은 뮤지쿠스, 파이널 오디션에 최종 선정된 인어피스, 주식회사 블레스드프로젝트 등이 멘토단으로 참여했으며, 도레도레, 코코하, 한림수직, 육거리소문난만두, 개항로프로젝트, 동아식당 등 로컬의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대표자들이 그간의 경험을 멘토링을 통해 풀어냈다. 이외에도 디자인과 브랜딩, 홍보 및 마케팅 등 전문 분야 멘토들도 함께 힘을 보탰다.


작지만 강한 기업
소상공인들의 취약점 중 하나인 사업모델 고도화와 고객과 투자자에게 회사의 경쟁력을 피력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 교육도 이뤄졌다.
소상공인들의 사업기획을 고도화하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MC) 작성’의 강의를 맡은 김민주 전 mysc 팀장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린스타트업 경영 방법론, 비즈니스 모델 설계 실습까지 현장에서 진행했다. 그는 “작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볍고 빠르게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사업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단순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신용선 한국스타트업피봇팅협회 이사는 두 차례에 걸쳐 펼쳐질 공개 오디션을 준비를 위해 효과적인 피칭 방법과 알기쉬운 발표 자료 작성에 대해 세부적인 방법을 강의했다. 신 이사는 “5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면서 “상대의 입장에서 사업 모델을 빠르게 이해시키고 수익화 방법 및 성장 가능성, 그리고 소상공인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고 강의했다.
‘2025년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라이프스타일 유형은 오는 5월 1차 오디션을 통해 50개 기업을 선정하여 사업화 자금을 부여하고, 오는 9월 파이널오디션을 통해 20개 기업을 선발해 연말까지 스케일업과 후속투자를 집중적으로 연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