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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

관계를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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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정화 자료. (사)한국실내건축가협회 사무국, 대상 수상자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대한민국 실내건축대전’은 올해로 37회를 맞이한 국내 대표적 실내건축 공모전이다. 사단법인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와 KCC글라스가 함께 실내건축 디자인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시선을 가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이어져 왔다.

실내건축 전공자라면 해마다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는 공모전이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의 관찰과 질문, 판단에 대한 정보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과정의 이야기를 올해 대상작 수상자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2025 제37회 대한민국 실내건축대전’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 (사)한국실내건축가협회>
‘2025 대한민국 실내건축대전’의 대상은 상명대 실내건축과 학생들의 ‘스테이 오미’가 차지했다. (왼쪽부터) 조재륜, 김지왕, 이시현 학생. <이미지 제공 = (사)한국실내건축가협회>

 

‘2025 제37회 대한민국 실내건축대전’은 AI와 일상 언어가 디자인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온 시대를 배경을 기반으로, 변화의 교차로에서 실내 건축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를 묻는 자리였다. 올해 공모전에서는 대상 1점을 비롯해 최우수상 2점, 우수상 5점 등 총 8점의 수상작이 선정되었으며, 장려상과 특선, 입선 등 다양한 작품이 함께 소개됐다.

심사위원단은 출품작들의 공간 구성의 논리와 사용자 경험, 그리고 형식과 내용의 실험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 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나종석 KOSID 명예회장은 “실험적 시도이되, 공간의 타당성과 사용자 경험을 놓치지 않는 작품을 중심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대상작으로 선정된 ‘스테이 오미’는 관계를 바라보는 섬세한 태도와 관찰에서 출발한 공간 구성으로 심사 위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자들은 상명대에서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학생들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 공간에 이르렀는 지를 들어봤다.

관계를 공간으로 설계하기까지

 

메인 파사드 컷. 관계의 여정을 공간으로 풀어냈다. 단절을 넘어 서로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장면을 제시한다.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스테이 오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든 첫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스테이 오미’는 초연결 시대 속에서 느슨해진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바라볼 수 있을 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관계가 단절되거나 흐려지는 상태를 공간으로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죠.

 

그 질문이 실제로 ‘공간으로 풀 수 있겠다’고 느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팀원들과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프로그램이 인상 깊었던 건 관계가 무너지고 다시 마주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였기 때문이에요.

초반에는 ‘인연’이라는 키워드만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였는데, 그 서사가 단순한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공간으로도 풀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 사이의 감정 변화나 관계의 흐름을 경험하게 만드는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그 지점이 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프로젝트 시작 배경과 공간 주 타겟층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오미길 다리’라는 장소는 어떤 역할을 했나요? 주제가 먼저였는지, 사이트가 먼저였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설정된 것은 ‘관계의 재정립’이라는 문제의식이었고, 이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적 조건으로 ‘경계’가 필요했어요.

이후 오미길 다리를 조사하면서 다리가 만들어내는 물리적·심리적 경계가 ‘경계 위에 선 사람들’이라는 키워드를 제공했어요. 추상적인 주제였던 관계가 이 장소와 결합하면서 공간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던 지점이에요.

 

다리로 인해 단절된 경관과 흐름을 분석한 사이트 다이어그램. ‘오미길 다리’가 만들어낸 물리적, 심리적 경계를 공간 개념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공모전 일정에 맞춰 한 달 반 만에 제안서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이 짧은 일정 동안 팀워크와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요?

2학기 시작부터 공모전 1차 접수까지 주어진 시간이 7주뿐이었기 때문에, 초반부터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모델링, 렌더링, 설명글, 전체 시퀀스 정리 등 각자 가장 자신 있는 파트를 맡아 작업했고, 제안서와 패널 작업은 마감 일정에 맞춰 동시에 진행했어요. 각자의 역할은 분명했지만, 바쁜 작업 과정에서도 즐겁게 농담을 주고받는 분위기 속에서 작업한 점이 팀워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준비 시간이 적을수록 교수님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정도가 팀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교수님의 피드백 중 프로젝트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던 피드백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구상 초기 단계에서는 지붕의 디자인이 기와 형태였던 걸로 기억해요. 기와는 생각보다 공부할 양도 많고, 기와의 곡선형은 저희 프로젝트와 분명히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크리틱과 함께 지금의 형태로 변경되었어요.

곡선형 공간을 구성한 도면 스케치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손 스케치를 바탕으로 공간의 구조와 동선을 구체화한 평면도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심사 과정에서 이 프로젝트의 어떤 점이 설득력을 가졌다고 보시나요?

저희 프로젝트는 ‘관계’를 다루는 스토리텔링이 선행됐어요. 관계의 흐름에 따라 프로그램과 공간 분위기가 일관되게 구성된 점이 핵심이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 사이의 감정 변화가 공간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점이 심사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설득력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공모전 준비 막바지에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던 팀원들의 모습. 제한된 일정 속에서 설계, 렌더링, 패널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최근 학생 작업에서도 AI 활용도가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AI 시대의 디자이너로서,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AI 시대 속 디자이너는 다양한 AI 툴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다만 얼마나 다양한 AI 툴을 사용할 지가 아니라, AI가 없어도 논리성을 제시할 수 있는 지, 그리고 이를 단순 AI 이미지가 아닌 공간 그 자체로 설명할 수 있는 지가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스테이 오미’의 장면 렌더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인도주의적 디자인’과 장소에 대한 정서적 어울림이었다.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태도가 있다면요?

전공 여부와 상관없이 ‘질문을 선행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테이 오미’는 건물 외관이 중심이 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았어요. 초연결 시대에 이러한 공간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에 대해서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 프로젝트잖아요.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문제를 정의 내릴 때, 결과보다는 문제의 원인과 맥락을 먼저 고민한다고 생각해요.

 

KOSID 공모전 부스와 모형 <이미지 제공 = (사)한국실내건축가협회 사무국>

 

이번 프로젝트가 앞으로의 포트폴리오, 그리고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지에 대해 무슨 영향을 주었나요?

앞으로도 하나의 결과보다, 다양한 문제에 어떻게 반응해 왔는 지가 드러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어요. ‘스테이 오미’를 통해 공간이 기능을 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태도와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향후 프로젝트에서도 관계, 감정 등의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인 주제를 저희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풀어내는 시도를 이어 나가려 해요.

그래서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 중심의 디자이너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질문으로 남는 공간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사용자가 공간을 떠난 뒤에도 생각이 이어지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관계와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읽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가 될 것 같아요.

 

‘스테이 오미’ 최종 패널 이미지 <이미지 제공 = 이시현, 조재륜, 김지왕>